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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May 01. 2024

소년시인

소년을 읽다


오늘 돌숲 책방에서 만난 한 소년이 물었습니다.


"네 잎 클로버가 시들면

행운도 시드나요?"


그럼 우리 함께 행운이 시들지 않게

책 사이에 고이고이 간직해 두기로 하자.


나는 오늘 시인을 만나고 왔으니

일기를 쓰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년의 질문이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좀 더 지혜로운 답을 해줬어야 했는데, 시에는 시로 화답했어야 했는데 마음은 늘 부족하고 글은 늘 아쉽습니다. 행운은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는 순간 마음에 간직되는 것이라고. 오늘 내가 너를 만난 것이 바로 행운이라고. 네 잎 클로버는 시들어도 네 잎 클로버라고. 시들지 않는 그 마음을 간직하는 게 바로 시인의 마음이라고. 우리들 마음에 모두 나이 들지 않는, 네 잎 클로버처럼 늘 푸르른 소년의 마음이 살고 있다고.


책방에 있으면 이렇게 소년시인도 만나고 소녀화가도 만나는 감동을 누립니다. 게다가 좋은 책을 발견하는 건 더없이 기쁜 덤이지요.





마침 독서모임에서 서현숙 작가님의 <소년을 읽다>를 함께 읽는 요즘입니다. 이분은 국어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책방지기의 추천으로 <변두리의 마음>을 읽은 적이 있는데 같은 작가님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참 좋았더랬습니다.


알고리즘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마케팅되지 못하더라도, 메이저급 출판사에 베스트셀러의 유명작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고 연결되어 이렇게 빛나는 순간을 만납니다. 좋은 책을 만날 때의 기쁨과 고마움은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할 때의 마음과 같습니다. 여럿이 함께 읽고 열심히 읽고 게다가 많이 읽기까지 하는 벗들을 곁에 두면 내가 직접 채굴해야 하는 수고로움 없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으니 이 또한 더없이 고마운 행운입니다. 작은 동네책방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책방지기와 함께 하는 벗들이 그 책을 고르는데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심사숙고하는지 알기 때문이지요.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이렇게 좋은 글을 발견하고 책으로 엮어 만들어주는 출판사와 편집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잊지 않고 꼭 한 번 떠올리며 귀한 손길로 책장에 책을 꽂는답니다.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세레모니라고 해 두지요.   


오늘은 행운이 참 가득한 날입니다.


시들지 않는 마음 시인의 마음
<미스 럼피우스>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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