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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Sep 23. 2024

홍시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엄마는 입이 가장 아프다고 했었지.


엄마의 머릿속을 여기저기 잡아먹은  종양도 아니고

조직검사를 하느라 두개골에 뚫어놓은 구멍도 아니고

엄마는 입이 가장 아프다고 했어

수시로 쑤셔대고 훑어대는 그놈의 석션 때문에

여기저기 할퀴어 뜯겨나간 입안이

너무 아프다고


이제는 작은 상처 하나도 아물어갈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엄마는

어쩌자고 정신줄은 내어주지 않았을까

그냥 놔버리지 왜 붙들고 있어

그것만큼은 죽어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까


엄마는 홍시가 먹고 싶다고 했었지

힘겹게 붙들고 있는 그 영혼은

끝까지 희미하게 웃으며

홍시가 먹고 싶다고 했어


나는 도둑질이라도 하는 것마냥

몰래 홍시를 가져다 엄마 입을 적셔 주었지

엄마는 눈빛으로 미소 지어 내게 답했지

내 딸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게 마지막이었어


가을이에요, 엄마.







그림은 그리움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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