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잔잔 Aug 04. 2024

국경 지대에서 히치하이킹을 당했다

러시아에서 생긴 일

몽골로 넘어가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3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차라도 타기 위해 급하게 알아보니 그것도 이틀은 넘게 걸린단다. 난감했다. 우린 당장 내일부터 몽골 투어 예약해 두었.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러시아 국경마을까지 가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국경을 넘은 후, 다시 히치하이킹을 통해 울란바토르로 가라고 말한다.


러시아 땅에서 동양 여자들의 히치하이킹이라니.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울란우데에서 작은 봉고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이 넘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러시아에서 몽골로 넘어갈 수 있는 국경마을 도착했다. 그곳에 내리자마자 한 시간 넘게 참았던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으나, 주위를 둘러봐도 허허벌판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저 멀리 쌓여있는 판자때기 향했다.


몸을 베베 꼬며 한참을 걸어 판자때기 뒤에 도착했다. 디어  몸에 시원한 폭포수쏟아 어도 1kg은 빠졌을 법한 가벼워진 몸으로 옷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친구들에게 가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뿔싸,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렸던 자리에 도착하니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뭐라 뭐라 말을 하며 내 팔을 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동양인 외모의 낯선 외국인이었다.


' 사람이 왜 나를 잡고 끌고 가는 거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그 사람에게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고 호기롭게 물어보았지만, 영어를 모르는 그의 대답은 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처음 보는 작은 차에 그대로 끌려 들어가 앉혀졌다. 앉은 것이 아니라 앉혀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그곳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함께 온 친구 L이 먼저 들어가 앉아있었다.


차창 밖을 둘러보니, 함께 온 K과 A도 다른 차에 우리와 같은 신세로 앉아있었다. 다들 너무 당황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지금 러시아 국경을 지나기 위해 처음 보는 차에 앉있는 것이었다. 아니, '앉혀진'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친절한 히치하이킹을 당한 것이다.




히치하이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던 것이 무안했을 정도로 현지인들의 도움은 상 이상이었다. 국경마을로 가는 버스에서 현지인들이 말을 걸었고, 대화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K가 고등학생 때 배운 중국어 몇 마디를 한 것이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켰던 덕이다. 가장 기본적인 "워 셔 한궈런(저는 한국인이에요)"이라는 한 마디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K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이 우리에게 가지게 된 호감도는 어마무시했다.


우리를 끌고 차에 태웠던 외국인은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이었다. 그분은 우리가 탄 차량의 운전자에게 우리가 국경을 넘어 울란바토르로 간다  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모르는 현지인들의 차에 앉아 조금의 사례금만 지불한 채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국경을 넘다 보니 느낀 것은, 차 한 대를 검사하는 데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국경지대에서는 러시아에서 마약을 들고 갈까 봐 차 구석구석과 우리 모두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었다. 만약에 버스를 타서 모든 사람들의 가방을 검사하고 차를 구석구석 검사해야 했다면 최소 6시간을 걸렸을 법했다. 히려 이렇게 작은 차로 각자 검열하는 히치하이킹 방식이 국경을 넘기에는 훨씬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차량 한 대를 검사하고 통과시키는 데 2시간가량이 소요되었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국경지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골에 드디어 도착을 한 것이다.


다음 미션이 또 남았다. 이제는 울란바토르로 가는 차를 찾아 히치하이킹을 다시 한번 해야 했다. L과 내가 타고 국경을 넘었던 차량은 울란바토르를 가지 않는 듯했고, 이제는 우리의 운전 분우리 대신 히치하이킹을 통해 울란바토르로 가는 차량을 찾아 주셨다. 비록 일반 승용차 크기의 차량 뒷자리에 넷이 테트리스처럼 끼여서 6시간 가야 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제시간에 무사히 울란바토르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영화에서 보던 것 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하는 세련된 히치하이킹은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건 우리는 히치하이킹을 당하는 것에 성공했다. 현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불기능 했을 법한 일이 분명하다. 우리를 위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현지인 분들께 잊지 못할 순간을 남겨주심에 사하다.




이전 07화 기차 티켓을 어린아이용으로 잘못 끊었을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