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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미술관 <도시>에

만약 도시가 우리 삶을 전시한다면

by 김신혁

어서 오세요. 미술관 <도시>에


어서 오세요. 이곳은 입장료 무료, 매일 24시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미술관 <도시>입니다. 여러분을 맞이하고 있는 저는 이곳의 도슨트 김 씨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도시'가 미술관이라니 조금 낯설지는 않으신가요? 인공구조물로 가득한 도시에 감상할 게 뭐가 있을까 의문을 품고 계신 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 계신 도시는 단순히 높은 건물과 길이 모여 있는 물리적인 공간만은 아닙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다투고, 걷고 멈춰서는 삶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한 여러분 모두는 이 삶의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문화, 같은 경제와 정치적 상황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볼까요? 붐비는 지하철 안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매매/전세 안내문, 가로수에 걸린 빛바랜 정치인의 플래카드, 꼬리를 살랑거리며 산책을 즐기는 강아지까지. 이 모든 일상적 장면은 도시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예술 작품입니다. 한 마디로 도시는 우리의 삶을 전시하는 거대한 미술관이죠.


ChatGPT Image 2025년 10월 30일 오전 11_53_08.png 미술관 <도시>


<도시>의 도슨트 운영 안내


사실 바쁘고 신경 쓸 게 많은 현대 도시 속에서 우리는 늘 이런 작품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고만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일상적인 모습들이 익숙해서 감상해 볼 생각조차 안 해보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미술관에서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셨나요? "오~ 멋진 그림이네"하고 넘어가려 했던 작품 앞에서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아! 그래서 이렇게 그렸구나" 다시 한번 멈춰 서게 되었던 경험 말입니다. "오~"가 "아!"로 바뀌는 순간, 사소하게 느껴졌던 색, 보이지 않던 인물의 표정, 신경 쓰지 않았던 구도를 보는 깊이와 관점이 달라집니다.

물론 도슨트의 해설이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람객들이 작품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은 할 수 있죠. 저 역시 여러분이 <도시>의 작품들을 조금 더 깊이 감상하며 그 안에 담긴 우리 삶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다가가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쯤에서 제 소개를 간단하게 해 드리면, 저는 사회학과 도시계획학을 공부했습니다. 사회학은 쉽게 말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까?'를, 도시계획학은 '도시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얽혀 있을까?'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시>에 전시된 작품들과 관련된 인문사회학 키워드를 소개하면서 각 작품의 사회적 배경, 공간적 맥락,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도시>의 전시실 안내


그럼 이제 여러분과 함께 둘러볼 미술관 <도시>의 전시실을 간략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미술관 <도시>는 총 다섯 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전시실 - ‘이동과 리듬’

사람과 이동 수단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흐름

대표 작품: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 <운전자의 절규>, <시간에 쫓기는 도시의 보행자들> 등


2전시실 - ‘소비와 문화’

소비와 문화 활동이 드러내는 우리의 일상

대표 작품: <맛집의 창조>, <백화점과 쇼핑객들>, <비어 있는 오후의 영화관> 등


3전시실 - ‘주거와 공간’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주거와 다양한 도시 공간이 전하는 사회적 의미

대표 작품: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의 고뇌>, <별이 빛나는 고층 빌딩>, <일회용 음료컵이 줄 서 있는 정물화> 등


4전시실 - ‘권력과 위계’

도시 속에서 경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

대표 작품: <빛바랜 정치인의 플래카드>, <술집에서의 회식>, <과잠 입은 대학생> 등


5전시실 - ‘인간과 관계’

도시의 주인공인 인간과 인간관계의 본질

대표 작품: <성형외과, 미의 구성>, <혼밥의 탄생>, <강아지와 가족> 등


미술관 도식.png 미술관 <도시>의 안내도


모든 전시실의 작품들은 도시에서 늘 마주하는 평범한 장면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지금'을 담고 있는 만큼 그 안에는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1전시실 '이동과 리듬'부터 차근차근 둘러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편안하게 느끼고, 바라보고, 여러분의 삶을 작품에 비춰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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