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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 전등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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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Feb 04. 2022

개복치의 눈물

단편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7살 때였다.




   나는 어렸을 때 꽤나 개복치였는데 누가 툭 치면 눈물을 방울방울 쏟아냈다. 우는 이유는 다양했다. 오늘 아침에 할머니가 동생 밥그릇에만 고기를 올려주어서, 문 밖을 나서며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던진 말에 아무도 대답을 안 해주어서, 점심시간에 나랑 친한 아이가 아닌 아이 옆에서 밥을 먹게 되어서,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야 해서, 경사진 곳이 너무 무서워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어른들은 ’왜 울어, 또 왜 우니’ 라는 말을 내게 자주했고, 나는 그때마다 어른들의 눈빛이 무서워서 ‘그냥’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나는 내가 우는 이유를 백가지의 다양한 표현들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내가 우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고, 나의 감정을 공감 받지 못할 바에야 ‘그냥’ 우는 이상한 아이로 낙인이 찍히는 게 나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유난히 겁이 많았다.



   내 또래 친구들도, 나보다 어린 아이들도 손을 번쩍 들고 양 옆을 보며 횡단보도를 잘만 건너는데 나는 이상하게 횡단보도가 무서웠다. 빨간 불이 켜지기 전에 빨리 하얀 색 선들을 넘어가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는데, 파란 불이 깜빡이기 시작할 때면 그 압박감이 더욱 커져 걸음아 나를 살려라 열심히 횡단보도 위를 달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빠르게 오는 차에 치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 나는 경사진 곳이 무서웠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마트는 지하에 위치해서 경사가 진 길을 지나가야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경사 진 길이 마치 용의 아가리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쩍하고 벌어진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면 덥석 잡아먹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경사진 길을 내려갈 때도 엉엉 울면서 내려갔다. 자주 눈물을 펑펑 흘리는 심약한 딸을 엄마는 걱정했다. 그래서 담력을 키워주고자 혼자 심부름을 자주 보내기도 했다. 물론 그때마다 나는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어서 집에 돌아왔었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유치원에 들어간 후 한 해가 지난 이후였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친구라며 사이좋게 지내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에, 그 아이는 넉살 좋게 웃어보였다. 그 애는 인사성이 좋고, 성격이 밝아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는 항상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 당시 나는 울기도 잘 울었지만 웃기도 잘 웃었다. 친구들의 작은 장난에도 뒤집어지게 웃었는데 그 날도 친구가 내게 치는 장난에 웃다가 가방을 잘못 휘둘러서 그 아이의 얼굴을 가방으로 때렸다. 운이 나쁘게도 가방엔 날카로운 키링이 걸려있었고,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키링이 그 아이의 뺨에 기다란 상처를 입혔다.



   그 순간의 정적을 기억한다. 아이의 뺨에 기다란 상처가 나면서 피가 흐르던 순간, 유치원 선생님들은 하루 일과의 끝이 왜 이런지에 대해 곤혹스러운 눈빛을 했고, 주변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울음을 터트린 건 그 아이가 아닌 나였다. 울고 싶은 건 뺨에서 피가 흐르는 그 아이었을 텐데, 오히려 내가 눈물을 터트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꺼이꺼이 참 서럽게도 울었다. 그 아이에게 미안해서, 그 아이가 너무 아프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워서, 충분히 조심하지 않았다고 부모님께 혼날 생각에 두려워서 목이 터져라 울었다. 그때 작은 손이 내 어깨 위에 닿았다. 흠칫 놀라서 고개를 든 내게 아이가 말했다.



   괜찮아. 별 것 아니야. 그 아이는 대충 그렇게 말했었다. 그 날 어머니는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그 아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 사과를 드렸었다. 다행인지 난 크게 혼나지 않았고, 다음부터는 함부로 가방을 휘두르지 말 것을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뜻밖의 초대를 받았다. 그 아이에게서.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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