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화자 Jul 30. 2021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36

상사화 사랑과 사마귀 사랑

상사화 사랑과 사마귀 사랑

                                      신 화 자

  봄볕이 따사롭더니 어느덧 양지쪽에는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꽃들이 맵시를 자랑한다. 연두색으로 시작한 나뭇잎은 봄비가 한 번씩 쓰다듬듯 소삭이 듯 적셔주고 지나가면서 초록은 더욱 짙어지고 꽃들은 더 화사해진다. 이른 봄부터 잎을 키우던 상사화가 초록빛 왕성(旺盛)한 기운을 자랑한다. 난초잎 비슷한 잎들은 무더기로 뭉쳐서 자라는데 잎 끝은 둥그스름하다. 5월은 신록이 나날이 우거지는 계절이다. 상사화의 초록색 잎들이 슬그머니 눕기 시작하더니 5월이 지나가면서 힘없이 스러진다. 그리고는 이내 마르고 삭아서 자취를 감춘다. 왕성하던 초록의 기운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림은 매우 허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잎이 스러지고 나면 땅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알뿌리는 힘을 모으는 중인가, 오로지 침묵과 인내로 7월을 맞이한다.

 어느 날 뿌리는 꽃대를 밀어 올리고 7월 어느 날 갑자기 뜰 안이 환하다.

막대처럼 곧은 줄기에 분홍색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서 상사화는 꽃다발이 된다.

꽃은 잎을 만나지 못하고 잎은 꽃을 만날 수 없어서 서로 그리워하는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이란다. 상사화(相思花)화엽불상견 상사화(花葉不相見 相思花)에서 나온 말로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끝없이 생각한다는 뜻이란다.

 어느 스님이 세속의 처녀를 사랑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입적한 후 그 자리에 피었다던가 또는 반대로 옛날 어떤 처녀가 스님을 사모하여 앓다가 눈을 감았는데 그 스님의 방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음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절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전설처럼 절에 가면 상사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뿌리에서는 전분을 추출하고 꽃은 말려서 탱화를 그릴 때 물감으로 쓰고 또 뿌리는 즙을 내어 칠하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분홍색 다발처럼 화사한 상사화의 꽃은 그토록 푸른 이파리들이  보고 싶어서 그리움으로 애절하게 부르던 노래다.

           사랑이 왜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고운 얼굴 한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순 없는데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하얀 손 한 번을 못 잡고서 이리 보낼 순 없는데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내가 가야만 했었던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

가수가 부르는 이루지 못하고 떠나 보낸 사랑의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다. 분홍색 꽃송이들이 다소곳하게 모여서 속삭이듯이 얼굴을 맞대고 있다. 녹색의 잎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꽃이 아닌가. 꽃송이 사이에 사마귀 한 마리가 끼어 든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에 사진을 자세히 보고 난 뒤였다.

당랑거사 사마귀의 자세는 오만하고 당당하다. 무모한 것은 용감한 것일까.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앞발을 들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 당랑권법이라 한다.

 앞으로 나서기만 할 뿐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은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이다.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는 것은 사마귀 한 마리의 분노가 상징적일 뿐이라해도 용감무쌍함으로 비유된다.

생물학자들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사마귀 수컷이 교미할 때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한 살신공양이라고 한다.

 식물의 사랑은 매우 수동적이고 참고 참으면서 기다리는 사랑인데 비해서 곤충의 사랑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곤충과 새 중에는 암컷에게 먹이를 바쳐서 환심을 사는 수컷이 많다. 제 몸까지 바치면서 자기 유전자를 남기려고 진화해 왔다고 한다.

베짱이와 귀뚜라미는 두툼한 날개 살을 암컷이 뜯어먹게 하고 사마귀는 머리를 통째로 암컷에게 선물한다. 수컷의 희생은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종의 번식에도 유익하므로 수컷들은 온갖 방법들을 동원해서 자기 유전자를 남기려고 진화해왔다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하여 수컷을 잡아먹은 암컷의 새끼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고 더 큰 알을 낳았다고 한다. 생물학자들은 수컷의 희생이 번식 성공률을 높인다. 종의 번식에 유익하다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는데…….

 상사화 꽃무리에서 한 마리 당랑거사가 큰 소리로 외친다.

 우리들 사랑은 잡아먹거나 잡아먹히는 거라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