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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Sep 30. 2021

글 쓰는 할머니 16

환자는 고객입니다.

환자는 고객입니다.

     

   사는 게 힘들고 궁핍하던 시대에는 영양부족으로 생기는 병이 많았는데 요즘은 살림살이가 풍족하고 여유가 생기면서 비만과 당뇨병 환자가 많아졌다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삼 개월마다 공복에 피를 뽑아서 당화혈색소 검사를 한다당뇨병은 혈관 병이고 과식과 운동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다당뇨는 초기부터 관리하고 신경 써야한다합병증이 무섭다고 하니까 혈당관리 혈압관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일곱 시 반인데 병원 건물의  승강기가 움직이지 않는다.  잠이 없는  늙은이가 너무 서둘렀나 보다근처 아파트 공원에서 아이들 빈 그네도 건드려 보고 혼자 놀면서 여덟시가 되기를 기다린다어느 날 그 병원에서 건강 검진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검사는 이른 시간에도 하던 생각만 한 것이다.  여덟시 십분쯤 부지런한 간호사가 출근을 했다건강검진은 여덟시 반에 시작하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홉시에 진료를 보신다고 한다난 검사만 할 거니까 먼저 피를 뽑아서 검사해 주고 의사선생님 상담 받으면……당연히 안 되는 것이므로 아홉시까지 지루했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아파트 밀집한 동네 내과 병원인데 간호사는 네 분이다간호사는 환자를 접수하고 혈압을 체크하고 혈당검사를 한다아침 굶은 늙은이가 인상이 좋지 않았는지 간호사가 유난히 내게 불친절하다두 시간 넘게 기다리고 조용히 참고 있음을 잊었는지 나중에 접수한 젊은 환자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당뇨의 식습관에 대해서가정용 혈당 검사지 사용 방법까지 가르치느라 자상함을 지나쳐 장황하다설명하느라 의사 선생님과 면담 순서도 잊고 있다진료실에 들어가라더니 잠깐 기다리세요.” 그리고는 딴 짓만  하고 있다얼마쯤 지나서 의사 선생님이 딸랑딸랑 종을 친 다음에야 비로소 진료실로 들여보낸다시장한 김에 오래 기다려서 심사가 꼬여 못마땅하다.

 의사 선생님들은 간결하고 조리 있게증상은 간단명료하게 진술하는 걸  좋아한다의사선생님 앞에 가면 환자는 저절로 소심해진다잔뜩 주눅이 들어서 제대로 말을 못할 수도 있으므로 미리 메모지를 준비한다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으며 집에서 어떤 조치를 했다던가평소에 무슨 약을 복용하는지 적어 가지고 간다의사 선생님께서는 환자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에 입력 돼 있는 검사결과와 과거 진료일지 들여다 보시느라 바쁘다단 두 마디로 면담을 마친다

그동안 당뇨 약은 안 드셨고요?”

.”

그럼 당화 혈색소 검사만 하고 가시지요.”

…….

간호사 중에도 창구에서 경력 있어 보이는 간호사가 맘에 안 든다병원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지난번에 이어서 오늘도 기분 언짢은 느낌은 병원도 서비스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모든 환자에게 공정하고 친절해야 하고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동네에 정형외과 병원은 개원하고 한동안 입원 환자도 많고 의사선생님 바쁜듯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띠게 환자가 줄었다요즘은 병원이 문 닫기 직전인 것처럼 보인다그 병원 의사 선생님 고정 멘트는 "그러려니 하세요." 라고 한다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데 따뜻한 위로나 희망의 메시지는커녕 '늙어서 그러려니?' 하라는 건 무엇인가성의 없고 환자를 무시하는 듯 한 의사 선생님 처방을 어떤 환자가 만족하고 신뢰하겠는가

  내과병원을 바꾸기로 마음먹기까지 한 동안 번민(煩悶)을 했다. 의사 선생님에 대한 평판은 병원 다녀 간 분들의 평가를 고려(考慮)했다. 별 다섯 개를 받은 병원 중에서 교통이 편리하고 약국은 가깝고 기타 등등으로 물색을 했다. 새로 만나는 내과의사 선생님께서는 성격이 활달하고 서글서글하시다.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농담도 하신다. 혈압과 당검사는 간호사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하신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환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친근감을 느낀다. 약국은 아래층에 있고 교통이 좋다. 환자가 많아서 예약은 필수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가면 많이 기다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다.     치과에서는 입안에 기구를 넣고 치료하기 때문에 우선 병원이 깨끗하고 물 컵과 기구는 청결상태가 좋아야 환자들은 안심을 한다. 이뽑기(拔齒)도 문제없이 잘 하는 여자 치과의사 선생님은 젊고 체력이 좋다고 나는 슬그머니 감탄을 한다. 임프란트를 하면서 더욱 신뢰가 쌓였다. 

 안과병원의 젊은 안과 선생님은 대학병원에 근무 할 적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구면인데 미국에 연수 다녀오고 개업을 했다. 최신의 기계 기구는 다섯 가지로 꼼꼼하게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를 보면서 의사선생님은 환자와 면담을 하고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한다. 예약대기 환자가 많아서 대기하는 기간이 길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진찰료와 약값이 좀 많기는 했으나 늘 눈이 불편한 이유를 알았고 진단과 처방이 믿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새로워지는 의료기술을 습득하고 경험도 얼마쯤 쌓은 분들이 믿음이 간다.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후반의 믿을만한 분에게 내 몸을 맡겨야 한다고 감히 신뢰를 앞 세워서 환자는 소망을 한다. 의사선생님은 물론이고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의료인들은 전문직이고 간호사들은 창구에서 환자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친절은 기본이고 실력도 갖춰야 한다. 

  의사 선생님들은 대학에서부터 전문 의사 자격을 갖추고 석사 박사 학위 취득하려면 십년 이상 공부를 한다. 한의사와 양의사를 겸하는 양 한방 의사는 이십년 이상 공부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론과 실습과 임상경험도 쌓아서 전문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체질적으로 공부가 재미있어야 하고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과 인간성도 좋아야 한다. 수련과정도 험난하다. 의사 선생님들은 존경스럽고 존경 받아야 하고 충분한 대접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아는 신경외과 병원에 가면 원장 선생님이 너무 바쁘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다. 특별히 친절과 신뢰가 이유인 것 같다. 신형(新型)의 병원시설은 쾌적하고 실력 있고 믿음이 가는 박사님은 환자와 면담시간이 충분하다. 친절하고 실력 있는 간호사는 혈관주사도 잘 놓는다. 입원실은 만실(滿室)이다. 

  몸이 아픈 환자들도 많고 훌륭한 의사 선생님들은 도처에 많다. 환자들은 친절하고 실력 있고 믿음이 가는 의사 선생님을 좋아한다. 인생 말년의 10년은 통증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노인들은 축복 받은 인생이다. 건강하고 젊었을 때는 아픈 사람들이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걸 보면 참으로 딱하게 여긴다. ‘아프면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그런데 환자가 되고 늙어 보시라! ‘위로 받고 싶고 위안이 되는 말이 듣고 싶어서였구나.’ 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요즘은 TV에서 많은 정보를 전달 받는다. 의료정보도 많아서 전 국민이 의사(醫師)가 되는 시대인 듯하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 만 못하다’는 말도 있으니 이 말씀 또한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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