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빛푸를은 May 11. 2024

우리 셋째형은 멀뚱이 ④

2. 강아지 명문학교     

어느덧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우리가 입학 할 학교는 엄마 아빠가 졸업한 강아지 명문 학교라는 곳입니다.      


“너희들은 아주 훌륭한 개가 될 거란다. 우리 가문은 뼈대 있고, 아주 유명한 명문가문이지”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강아지 명문학교에 예약이 되었고, 엄마는 그곳에 보내기 위해 우리를 특별히 신경 썼다고 했어요. 


우리집은 비글이라는 가문입니다. 비글은 상당히 활동적인 개이며, 작지만 튼튼하고 다부진 몸매를 가졌답니다. 우리는 대대로 사냥을 잘하기로 유명해서, 널리 사랑받고 자부심이 강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명문 Doggyschool 출신이며 우리도 당연히 때가 되면 명문 Doggyschool 에 진학하게 되는거죠. 그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남다른 멀뚱이 형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없을지 토론회가 열렸다는데 거의 20일 동안 토론을 했다고 해요. 엄마도 그곳에 다녀오면서 벌써 입학도 시키기 전에 지쳐가는것 같았어요. 나는 ‘학교는 그냥 가면 되지, 왜 우리 멀뚱이 형이 학교에 가는 문제에 관해서 토론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의 일이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이해할 수 없는 것 천지입니다. 


엄마는 ‘단 한 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학교의 방침을 이야기하며 멀뚱이 형도 당연히 명문 도그스쿨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주장했습니다. 이런 엄마의 노력으로 마침내! 우리는 집안의 다른 개들이 그랬던 것처럼 Doggyschool에 입학을 했습니다. 나도 형들을 따라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물론 멀뚱이 형도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멀뚱이 형은 엄마가 직접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 높이 점프하는 개가 공을 잡는다!

- 공동으로 굴 파기 

- 다 같이 하울링 합창하기

- 꼬리를 잘 흔들어야 호감지수가 올라간다      


수업은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첫째 형은 어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1등이란 1등은 모두 휩쓸었고요! 형이 상을 받은 것 중에 가장 멋진 것은 꼬리 흔들기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입니다. 세상에나 1초에 100번도 넘게 꼬리를 흔들다니! 우리는 곡예사도 그렇게는 못 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했지만 큰형은 해냈습니다. 나도 꼬리를 막 흔들었지만 20번도 흔들지 못했어요. 


반면 둘째 형은 친구가 아주 많이 생겼습니다. 둘째 형이 친구들을 집에 데려올 때면 엄마는 평소에 먹지 못했던 맛있고 귀한 것들을 내놓곤 했지요. 이를테면 금가루가 뿌려진 뼈다귀라던가, 물어뜯을 때마다 색다른 맛이 나는 '100가지 맛 100겹 공 젤리'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둘째 형이 친구들을 데리고 올 때면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멀뚱이 형은 학교가 다른 것으로 재미 있나봐요. 멀뚱이 형은 함께 뛰어오르는 것도, 같이 땅을 파는 것도, 40분 동안 허공에 대고 멍멍 짖어 합창하기 등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당연히 멀뚱이형은 모든 수업에서 꼴찌를 했어요. 엄마는 가끔 학교에 와서 교장실에 불려가곤 했는데, 다 멀뚱이 형 때문이었어요. 멀뚱이 형은 우리 형보다도 먼저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어요. 왜냐하면 입학 첫날부터 사라져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