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빛푸를은 May 11. 2024

우리 셋째형은 멀뚱이 ②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다 숨었니? 하나, 두울, 셋 네엣....”    

 

나는 동그랗게 생긴 나무 뒤에 숨었어요 앗! 바로 옆에 멀뚱이 형이 있네요. 멀뚱이 형도 흙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나봐요. 코에 흙이 묻어 시커매지도록 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대고 있습니다.    

 

“쉿! 형 나 여기 있다고 하면 안돼! ”


나는 멀뚱이 형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 했어요.

멀뚱이 형은 귀 한쪽을 들어 내 말을 듣는 것 같았는데, 곧 다른 곳으로 뛰어 갔습니다. 

어디로 갔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는 다른 형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나무 밑둥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거든요. 작전은 성공이었어요. 형들은 나를 찾지 못했어요.

    

“얘들아! 점심시간이다!


똘망아, 멋쟁아, 멀뚱아, 누피야 이리와서 밥먹어!”     


엄마가 우리들 이름을 하나씩 불렀어요. 나는 엄마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참 좋아요. 몰론 점심도 반갑지요. 우리는 꼬리를 흔들며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어? 그런데 셋째형이 오지 않아요! 형은 밥 앞에서는 1등인데! 이상해요.     


“멀뚱아?”      


엄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셋째 형을 찾았어요. 분명히 동그란 나무 뒤에 내가 처음 숨었던 곳에 있었는데 어디 간걸까요?       


“얘들아 밥 먹고 있어. 엄마 멀뚱이 찾아올게”     


엄마는 공원 주변을 뛰어다니며 형을 찾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느리게 걷던 엄마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어요. 이윽고 뛰기 시작했는데 뛰는 모습이 안 보일 정도였답니다.      


“멀뚱아! ~~ 멀뚱아!”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엄마는 계속해서 셋째 형을 찾아 다녔습니다. 우리가 맛있는 점심을 다 먹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이상하다..... 셋째 형을 못 찾은 걸까?”     


나는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형들에게 말했어요.     


“형들! 우리도 셋째 형을 찾아보자”     


“싫어 나는 좀 잘래! 밥 먹고 나니 졸리는데!”     


 첫째형이 말했습니다.     


“그래~ 멀뚱이 보나 마나 어디서 땅 파고 있을거야~ 나는 친구들하고 놀다 올게!”     

 

둘째 형도 성의 없게 말하고는 친구들과 놀러 다시 풀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가 걱정되는 건 나뿐일까요? 나는 혼자서라도 엄마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공원을 돌아다녔어요. 엄마는 얼마나 멀리까지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나는 엄마가 어느 쪽에서 올지 몰라서 공원 한 가운데에 앉아 귀를 곤두세우고 엄마를 기다렸어요.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엄마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다 빠진 발소리였어요. 

음...아마도 혼자인 것 같아요. 잠시후 멀리서 엄마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엄마, 멀뚱이 형은요?”      


엄마는 아무 말이 없이 고개를 저었어요. 그날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바라보며 형을 기다렸답니다. 잠도 자지 않고요.

이전 02화 우리 셋째형은 멀뚱이 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