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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언어

5가지 사랑의 언어... 언어는 말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닌데

by 신수현

아버지의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말로 듣는 것은 쉽게 잊히지만, 마음으로 느낀 사랑은 오래 남는다.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이해한 나는 이제 말보다는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한다. 아버지의 언어를 받아들이며, 그 진심을 이제야 깨달아간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기를 원하며, 말로 표현하는 것이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보며, 아버지가 독재가 같았으며, 아버지는 이기주의자, 아버지는 나의 친아버지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나 또한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말대신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말로 표현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이 제안한 개념으로는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론이다.

인정하는 말 (Words of Affirmation) : 칭찬이나 격려, 감사 등 긍정적인 말로 표현되는 사랑이다. "사랑해", "고마워", "네가 있어서 행복해"와 같은 말이 중요하다.
함께하는 시간 (Quality Time) : 상대방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깊이 있는 대화나 활동을 통해 사랑을 느끼는 방식이다. 온전한 관심을 주고, 상대방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물 (Receiving Gifts) : 선물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을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는 방식이다. 값비싼 물건보다는 상대의 취향과 마음이 담긴 선물이 더 의미 있다.
봉사 (Acts of Service) : 상대방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과 배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집안일 돕기, 작은 심부름 하기 등 행동을 통해 사랑을 표현한다.
스킨십 (Physical Touch) : 포옹, 손잡기, 가벼운 터치 등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 애정과 친밀감을 표현한다. 신체적 접촉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사랑을 느끼게 한다.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서 게리 채프먼은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주로 말로 표현하려 하지만, 사랑은 말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아버지가 독재자 같고, 이기적이며, 진짜 나의 아버지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나 자신도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으로 나뉜다. 그중 아버지의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버지의 표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어 그의 행동을 되짚어보았다.


1. 처벅처벅 문 앞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무거운 발소리


나의 어릴 적 살던 집은 강원도 시골이었다.

할아버지에게 유산받은 그 집 그대로 그곳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시다 떠나셨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초록색 철문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대문을 없애셨다.


중2 때 2층 양옥집을 지었는데, 문밖으로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어두운 저녁이 온 뒤, 아버지의 발걸음은 마당에서부터 들려온다.

가끔은 아버지의 발걸음을 숨죽이며 들어야 하고, 가끔은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18번은 "좋아졌네~ 좋아졌어~"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와 싸우고 들어오시는 소리는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발소리는 '누군가 나를 마중 나와 주겠니?'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도 없고, 시내에서 약주를 드시고 혼자 돌아오는 길의 아버지의 발걸음은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불러도 나와주지 않으면 어쩌나? 나를 반겨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


2. 식사 중 잔소리


아버지는 평소보다 식사자리에서 잔소리가 특히 심하셨다.

아버지는 얼굴 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식사할 시간 외에는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식사자리가 어색하고, 빨리 먹고 일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가끔 엄마의 반찬을 투정 부리지만,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버릴까 봐 먹는 거야"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다른 집과 똑같이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엄마의 음식은 무공해 음식 그 자체이다.

엄마의 음식솜씨를 배웠다면, 난 지금쯤 유명한 셰프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3. 창문밖으로 보이는 아버지 얼굴


가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어릴 적에는 아버지도 농사일을 거들고 계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그 이후로 농사일보다 술을 많이 드셨고, 집안에 계시는 일이 많았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이 의무적으로 하는 노래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인사도 줄어들었고, "학교 다녀왔습니다"라는 말도 없어질 무렵, 아버지는 안방의 창문 너머로 우리의 발길을 기다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라는 이 한마디가 왜 이리 어려웠을까?


4. 마지막 허깅


내가 섬기는 교회에선 예배가 시작되기 전 서로 안아주는 인사를 시작하였다.

처음엔 이것이 어색했다. 아직도 적응이 되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나에게 허깅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뼈밖에 남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 말씀하기도 어려운 그 시기, 몸엔 뼈밖에 안 남던 그 시기,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그 시기에 나의 모습을 보고 손을 들어 올리셨다.


난 그것이 무슨 의미였는지 몰랐는데, 아마도 손을 들어 안아주시려고 했던 것일까?

난 왜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지...


아버지에 대한 미운 마음이 있다면, 자녀들에게 칭찬, 격려, 지원이었다. 그 외에는 아버지는 검소하시고 성실하셨다. 검소한 성격에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고 살았지만, 그런 마음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아버지의 언어는 보이지 않는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랑의 언어 중 스킨십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나는 말로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귀로 듣는 건 쉽게 잃어버린다. 내가 쓴 글조차 기억하지 못하며 지나갔던 일기장을 들춰보면 내 글이 맞나 싶기도 하니까... 말하는 걸 잘 못한다면 표현을 못할 수 있다. 누구나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 사람의 진심은 듣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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