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사기꾼 취급을 받으며 시작한 회사인 테슬라는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지구인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켜 인간이라는 종족을 보존하겠다는 SF적인 생각은 벌써 십수 년째 단계를 밟아가며 진행되고 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연애할 시간은 있었는지 가십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어린 시절 유복하지 못했던 과거는 이 괴팍한 부자에게 매력마저 더한다.
그가 성취해 낸 모든 것들은 그의 야심에서 시작되었다.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을 감안한다면 그의 꿈은 망상에 가까웠다. 그는 좋게 봐줘야 '몽상가', 좀 거칠게 표현하면 '미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성공한 기업가를 넘어 '천재'라고 불리고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일론 머스크를 영향력 있는 인물로 만들었을까? 무엇이 원대한 포부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
'미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지만 나는 '미친 생각'을 어떻게 실행하는지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은 생각을 현실로 바꾸는 능력이 가장 탁월한 자가 일론 머스크이다. 그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했고 위험 성향에 걸맞은 현실감각이 있었으며 디테일을 챙기면서도 목표에 집중하였다. 이 세 가지가 꿈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과도 같은 비결이다.
그는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니, 위험을 찾아다닌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성향은 어느 정도 타고난 것으로도 보인다. 저돌적인 모험가였던 그의 외할아버지는 평소 자동차경주와 비행을 즐겼다고 한다. 결국 '위험하게 살되 조심하자'라는 스스로 만든 가훈을 지키지 못한 채 일론이 3살 때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아버지도 결이 비슷한 사람이었음을 감안할 때 일론이 리스크에 대한 높은 수준의 내성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환경도 그의 성향을 부추겼다. 아버지는 가족을 돌보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평소 그의 언행을 감안한다면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 어머니도 일론을 사랑하기는 했지만 그리 가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집을 자주 비우는 탓에 끊임없이 일해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은 아주 어려서부터 동생들과 함께 방치되기 일쑤였다. 남아공이라는 거친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될 정도의 공감능력은 그를 더욱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갔다. 친구들은 그를 싫어했고 따돌렸으며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일론의 어린 시절은 거칠었다.
타고난 품성과 주어진 환경이 어우러지며 일론은 8살 때 오토바이를 샀고 17살 때 편도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쥔 채 집을 떠나 홀로 캐나다로 향했으며 24살에는 스탠퍼드 대학원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였다. '집투'라는 온라인으로 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회사는 20대 초반인 그에게 2,200만 불이라는 거금을 안겨 준다. 여기서 일론은 또 한 번 위험한 길을 택한다. 안정적인 부자로 살아갈 기회를 차버리고 매각대금의 상당 부분을 엑스닷컴이라는 회사를 차리는 데 써 버린다. 하지만 일론의 선택은 옳았던 것 같다. 이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팔'과 합병하며 그에게 2.5억 불이라는 거액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이 돈은 그가 새로운 리스크를 향해 가는 데 종잣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일론이 위험한 것만 쫓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위험 선호 성향을 상쇄할 만한 현실감각이 있었다. 그는 첫 창업을 할 때 스탠퍼드에 등록을 해 놨다. 실패했을 경우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엑스닷컴을 시작할 때도 500만 불은 남겨놨다. 의외로 그는 리스크를 짊어지면서도 최악은 대비해 놓았다. '위험하게 살되 조심하자'라는 가훈은 글귀를 만든 할아버지보다 그의 외손자가 더 잘 지켰던 거 같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진가는 이런 게 아니다. 진짜 대단한 것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계획을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능력이다. 인간을 화성에 보낸다는 꿈은 작은 국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전기차를 공유하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테슬라의 목표는 전기로 돌아가는 멋진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렇듯 늘 그의 원대한 포부 뒤에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다. 다시 말해 돈을 벌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디테일도 챙겼다. 일론의 이런 모습은 흡사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 그는 로켓의 부품 하나하나의 원가를 따져가며 직원들을 닦달하였고 테슬라 로드스터를 만들 때에는 미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출시 마감 직전까지 끊임없이 수정사항을 내놓았다. 차문의 크기를 키우기도 하고 차체를 낮추기도 했으며 심지어 헤드라이트 모양까지 바꾸었다. 결국 최대주주의 한 마디에 출시기일이 늦춰지고 원가가 상승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작은 부분에 신경 쓰면서도 목표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목표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데에는 일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항상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스페이스X'는 단순히 로켓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인간을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어 인류를 구원하는 사업이었고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며 지구를 보전하는 기업이었다. 때문에 그는 멈출 수가 없었다. 목표 이외의 것들은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새벽에 직원들에게 전화해서 업무지시를 하기 일쑤였고 필요 없는 사람은 그동안의 공헌도에 상관없이 바로 해고하였다. 때때로 자신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를 '서지'라고 불리는 의도된 극한 상황으로 몰라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냈다. 일론을 좋은 사람이라고 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목표에 집중했다는 것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가끔 법도 어겼다. 테슬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일론은 추가 투자를 위해 '모델3'의 생산량을 주당 5천 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약속을 한다- 당시 생산량은 주당 2천 대였다 -. 여러 가지를 개선했음에도 주간 3천 대 수준을 넘지 못하자 일론은 주차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생산을 하라고 지시한다. 물론 불법이었다. 그때 일론이 말했다고 한다. "기존의 인습적인 사고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면 비인습적인 사고를 동원해야 해요." 그럴듯하게 꾸며내기는 했지만 결국 법을 어기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테슬라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일론 머스크의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이제 겨우 50대에 접어들었으며 지금껏 이뤄낸 대단한 성과들은 그에게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그는 아직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인정하는 기업가치의 몇 배나 되는 돈을 주고 트위터를 인수한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또 그 꿈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