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라는 동물

by 신성규

시인은 언제나 따뜻하지 않다.

그는 때로 사랑을 노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랑의 뒤편에 숨어 있는 집착, 허기, 공허까지

낱낱이 해부해낸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감정을 안은 사람 같지만,

그가 꿰뚫는 시선은 너무 날카로워,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던 진실을

그대로 끄집어낸다.


그것은 따뜻함인가, 잔인함인가?


시인은 마음의 외과의다.

그가 다루는 것은 감정이지만,

그 방식은 해부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시인의 문장 앞에서

종종 아프고,

때로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시인은 냉정한 관찰자가 되기도 한다.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대신,

그 눈물 속에 어떤 모순과 자기기만이 있는지를 본다.

그걸 외면하지 않고,

그걸 언어로 쓰고,

심지어 아름답게 묘사한다.


잔인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진실에 가장 가까운 언어를 쓴다.


시인이 따뜻한 이유는

그가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인간을 너무 많이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어쩌면 누구보다도 인간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거리두고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다.


시인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고통과 가장 치욕적인 사랑을

말이 되는 것, 시가 되는 것, 언어가 되는 것으로 바꾸는 자이다.

그래서 그는 뜨겁고 차갑다.

그는 사랑하고, 동시에 멀어진다.


시인은 결국,

감정을 너무 많이 느껴서,

감정을 너무 많이 다뤄야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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