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던 시기,
나는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았고,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으며,
어느 날은 죽음에 대한 상상 속에 멍하니 빠져 있었다.
그건 무서운 경험이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움직이는 경험.
가슴은 숨이 턱 막히듯 조여오고,
숨 쉬는 것이 두려웠다.
어떤 날은 단 한 번의 전화, 단 한 사람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내 감정의 표면에서 기어코 추락했을 것이다.
그날들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감정의 바닥을 홀로 견딘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건 혼자 깊은 바다에서 내 몸에 돌을 매다는 것과 같다.
표면으로 올라올 이유가 없다면,
충분히 익숙해진 절망 속에서 머무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약을 끊을 때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너졌을 때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말없이 물을 건네고, 그저 곁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산다.
약은 그 억제를 조금 더 확실하게 해주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억제가 제거된 순간,
나는 내 안의 짐승을 보았다.
날카롭고 충동적이며,
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사라지고 싶어하는 무수한 충돌의 덩어리.
그걸 통과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감정’이란 것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약을 끊는다는 건, 끝이 아니다.
그건 시작이고,
그 시작은 반드시 관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음은 고립 속에서 망가지지만,
치유는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나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예전의 나보다 더 솔직해졌고,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억지로 덮지 않는다.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누군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다.
누군가 약을 끊고 싶어한다면,
절대 혼자 끊지 말라고.
당신은 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