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를 그리워할 때, 떠오르는 건 그녀의 웃음도, 손끝도 아닌
잘록한 허리와 G컵의 가슴이다.
그녀의 존재 전체가 아니라, 육체의 조각이 먼저 떠오르는 이 감정.
그게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나는 정말 그녀를 사랑했던 걸까,
아니면 그녀의 몸을 소유함으로써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던 걸까.
그녀는 내 옆에 있었고,
그 몸으로 나를 감쌌고,
나는 그녀의 품 안에서
남자였고, 살아 있었고, 무너지지 않았다.
그 곡선 속에서 나는 실체감을 느꼈다.
세상이 날 부정해도,
그녀의 몸은 날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 그 몸이 없다.
이제 그 실체감도 없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내 시선은 가슴 위에 머문다.
그게 전부인 것처럼,
그게 사랑의 본질이었던 것처럼.
나는 점점 나 자신에게 실망한다.
욕망은 감정보다 먼저 움직인다.
욕망은 내가 아무리 철학적인 말을 늘어놓아도,
한 장면의 곡선과 무게에 무너진다.
그리고 그 욕망 뒤에야 비로소 감정이 고개를 든다.
그녀가 그리웠다는 걸,
그녀가 필요했다는 걸,
그녀 안에서 내가 살아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그녀가 그립다.
그 사람 자체보다,
그 사람 곁에 있던 나 자신이 그립다.
그녀의 곡선을 따라 흐르던 내 시선이 아니라,
그 안에서 느꼈던 안도와 따뜻함, 존재의 실감.
그녀의 몸은 단지 하나의 기억 장치였고,
그 몸을 통해 나는,
한때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던 ‘나’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쓰레기가 아니다.
나는 인간이다.
나는 그저,
욕망과 감정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나 자신의 진심을 겨우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 같은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비슷한 몸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
가장 깊은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