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가 부동산 위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그 가능성을 증명해버린 나라다. 문제는, 증명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데에 있다.
어느 시점부터 집은 거주의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증표가 되었고,
“너는 어디 살아?”는 “너는 어느 등급이야?”로 바뀌었다.
그리고 국가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아니, 선택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다른 길이 없을 정도로 구조화되어버린 것이다.
집은 벽과 지붕을 가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금융 자산’이자 ‘신분 보장서’이며, 동시에 ‘국가의 세수원’이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국민 자산이 줄어든다.
자산이 줄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경기침체가 온다.
결국 국가는 세금이 부족해지고, 다시 돈을 찍어내거나 빚을 지게 된다.
부동산 하락 = 국가 위기라는 공식은 이미 구조적으로 완성되었다.
정권은 부동산을 잡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진심으로 그것을 시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집값이 잡히면, 민심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자산을 지키고 싶어 한다.
아직 못 가진 사람은 기회를 원하지만, 동시에 떨어지는 집값을 보면 공포를 느낀다.
“집값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암묵적 공포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만연하다.
그래서 집값을 잡는다는 선언은
결국 “잡는 척하면서 올리는 방식으로 조절하겠다”는 암호문에 가깝다.
한국의 건설업은 산업의 심장이다.
부동산 경기와 함께 돌아가는 수많은 산업들.
이 모두는 ‘부동산 거래가 일어난다’는 신호 하나에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공급 확대라는 이름의 정책은 실제로는 민간 개발 유도를 통한 경기 부양이다.
국가는 스스로 공급을 하려 하지 않는다.
민간의 손을 빌려 돈이 돌게 하고, 그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회수하는 구조.
즉, 부동산은 경기 조절 장치로 기능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세대 단위로 집값을 예측하고,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 이후로 미루며,
스스로를 집값의 상승/하락과 동일시하는 부동산 신민이 되어버렸다.
이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
“영끌이라도 해야 한다.”
“국가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말한다.
“나는 이미 벌었다. 이제는 지켜야 한다.”
“부동산은 안 망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망하면 안 되는 자산,
무너지면 안 되는 심리,
건드릴 수 없는 구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괴물이 되었다.
부동산을 잡을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경제적 이유이기도 하고, 정치적 이유이기도 하며, 심리적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는 이 괴물을 키웠고, 국민은 그 괴물에게 기대어 삶을 구성했다.
이제 그 괴물을 죽일 수는 없다. 잡을 수도 없다.
우리는 괴물이 된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법만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과연 이런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가?
부동산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가 부동산에 포획되어가는 이 상황은 과연 정상이란 말인가?
잡히지 않는 부동산은 단지 자산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는 병리적 구조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