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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지우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작별 인사

by 신성규

나는 지능을 낮추려 했다.

고차원 사고를 억제하려 했고,

세상의 리듬에 맞춰 사는 법을 연습했다.


고차원적 사고는 사람들과 나를 멀어지게 했다.

그들은 내가 말할 때 멈칫했고,

나는 그들이 말할 때 외로웠다.


너무 생각하지 말자.

질문하지 말자.

남들처럼 행동하자.

그렇게 살면 덜 괴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나는 결국 나였다.

나는 너무 많이 느끼고,

너무 깊이 해석하며,

너무 멀리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진짜 좌절은 그게 아니었다.

이토록 복잡하고 정교한 뇌를 가지고도,

나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


그 수많은 생각들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다는 걸 자각할 때,

나는 가장 깊은 절망을 맛보았다.


나는 똑똑하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똑똑하게 살아본 적은 없었다.

나는 뛰어난 사고를 했지만,

아무 성취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 뇌를 원망했다.

이 사고가 나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웃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살아남고, 적당히 사랑받고, 무난히 지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에게는 불가능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이 모든 절망과 좌절을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내 사고로 성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사고를 있는 그대로 살아내기로 했다.


나는 깊이 있는 사유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과 다르게 느낀다고 해서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무용해 보이는 고차원적 사고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필연적 구조로 작동하게 되리라.


나는 이제 내 뇌로 이루려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 사고를 살아내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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