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산업에 대한 회의

by 신성규

컨설팅은 지식이 아니다.

컨설팅은 불안 위에 세워진 산업이다.


한 사람은 묻는다.

“이 사업, 괜찮을까요?”

그 질문에 컨설턴트는 시장조사와 벤치마킹, 프레임워크를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아주 조심스럽게 결론을 말한다.

“리스크는 있지만, 이런 방향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도 모른다.

하지만 컨설턴트는 모른다는 것을 수치로 포장하는 데 능한 사람이다.


천재는 자신의 판단을 감각과 구조로 직접 세운다.

컨설턴트는 그것을 정제하고 반복 가능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모험과 직관, 비약과 열정은 전부 제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컨설팅은 본질적으로 ‘천재성의 소거’다.


컨설팅이 파는 것은 무엇인가?


방향이 아니라 안도감

전략이 아니라 책임 회피용 도장

아이디어가 아니라 합리성의 외피

가능성이 아니라 “우린 해봤다”는 논리


컨설턴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업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의 보고서는 늘 “조건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수수료는 조건 없이 지불된다.


그들은 성공에 기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패의 손가락질도 피한다.


주식 강사는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알려준다.

하지만 만약 그가 확신이 있다면, 그 시간에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강의실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도 알고 있다.

“지금 말씀드리는 건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면책을 준비해 둔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만든 PPT 안에서

불안을 줄이기 위해 돈을 내고 듣는다.


LG는 한때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그 배경에는 세계적 컨설팅 펌 맥킨지의 보고서가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스마트폰은 유행이며, 지속 불가능한 수익 모델이다.”


그 결과, LG는 혁신의 무대를 떠났고,

지금 그 자리는 중국 브랜드들이 대체했다.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LG 경영진인가?

컨설팅 펌인가?

아니면 시장의 불확실성 그 자체인가?


컨설팅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들은 말했다.

“우린 당시에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을 뿐입니다.”


컨설팅은 본래 방향을 잡는 작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은 위험을 분산하고 책임을 나누는 구조로 변질되었다.


창업가는 결정을 미루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하고,

경영진은 책임을 피해가기 위해 외부 자문을 들이며,

컨설턴트는 이 과정을 통해 불안의 구조를 정제된 언어로 팔아넘긴다.


세상에선 확신이 두려워졌고,

직관은 ‘비합리’로 불리며 사라졌다.

결국 컨설팅은 말한다.


“이건 당신의 판단이 아니라, 우리의 프레임입니다.”


그리고 진짜 혁신은,

그 프레임 바깥에서,

실패를 감수한 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노래방 도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