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역설

by 신성규

오랫동안 사회는 자폐를 ‘교정해야 할 결함’으로 보았다. 교육, 의학, 제도는 자폐적 특성을 줄이고, 가능하다면 없애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류를 위기에 빠뜨린 주체는 대부분 자폐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 것은 사회적 다수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다른 시각을 갖는다. 깊이 있는 몰입, 세부에 대한 주의, 규칙성과 질서에 대한 선호, 불필요한 경쟁에 대한 무관심. 이 특성들은 환경 파괴를 늦추고,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며, 관계에서 진실함을 유지하는 데 더 가깝다.


만약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다름을 가진 소수’가 아니라, 탐욕과 파괴를 습관처럼 행하는 다수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실제로 사람을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떤 인간형을 이상으로 삼고, 어떤 성향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이다.


자폐를 없애려는 사회의 시도는, 다양성과 균형을 잃게 만든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폐의 소멸이 아니라 그 반대일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눈, 느린 속도의 사고, 그리고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는 삶의 태도. 이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세대가 필요로 하는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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