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똑똑해서 불안이 나타나는 것일까,
아니면 불안이라는 내면의 그림자가 지성으로 발현되는 것일까.
이 물음은 단순한 원인과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존재의 두 양상이 서로를 비추는 방식에 가깝다.
지성이란, 곧 더 많은 가능성을 예측하고,
더 많은 실패를 상상하며,
더 깊은 원인을 추적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초래한다.
세상의 모순, 인간의 나약함, 역사의 반복…
지식이 늘어날수록,
나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강박과
알아도 해결되지 않는 무력감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렇다면 반대로,
불안 자체가 똑똑함으로 발현된다는 건 또 무슨 뜻일까?
불안은 예민한 안테나다.
세상이 내게 말해주지 않는 균열을 감지하려는 감각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
설명되지 않는 피로,
말로 하지 못하는 긴장의 뿌리.
이 불안은 때때로
더 복잡한 언어로 변형되어 철학이 되고, 예술이 되고, 질문이 된다.
지성과 불안은 그렇게 서로를 키운다.
나는 불안하기에 더 정교하게 사유하고,
사유하기에 더 많은 가능성을 봐버린다.
그리고 이 모든 순환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묻는다.
지성은 나를 구원할까?
아니면 끝없는 불안의 원인일까?
나는 아직도 그 사이에서 흔들리며,
그 흔들림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