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

by 신성규

나는 오래도록 생각해왔다.

지식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어릴 적엔 아는 것이 힘이라고 배웠고, 세상을 많이 알수록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선명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는 알면 알수록 무거워졌고, 이해한다는 감각이 나를 자유롭게 하기는커녕 더 조심스럽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무한한 미궁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모든 사물의 구조와 이면을 보려 하고, 모든 감정의 뿌리를 캐고, 모든 진실의 껍질을 벗기려 할수록, 나는 점점 ‘살고 있음’에서 멀어졌다.

나는 살아간다기보다 해석하며 견뎠고, 감정이 밀려올 때는 그것이 왜 생겼는지를 먼저 설명해야만 안심할 수 있었다. 지식은 나를 보호했지만, 동시에 나를 갇히게 했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나에게 최근 문득 하나의 통찰이 떠올랐다.

내가 병들었기 때문에 세계가 병들어 보였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잿빛이었던 건, 내 눈동자가 흐려져 있었기 때문이었고, 인간의 미래가 어두워 보였던 건 내 내면에 희망의 불씨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상처를 해석하는 데만 몰두했을 때, 삶은 항상 치료되지 않는 질병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어느 날, 햇살을 느꼈다.

아무것도 분석하지 않고, 의미를 묻지 않고,

단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 속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찾았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통해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과거를 용서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현재를 사랑하겠다.

지식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되, 지식에 파묻히지 않겠다.

질문하는 삶을 살되, 질문 속에 침몰하지는 않겠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만큼은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을 살아내는 것,

바로 그때, 나는 지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현재라는 한 줄기 빛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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