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의 아이러니

by 신성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소란이 꺼지고

조용히 책을 펴는 그 순간,

내가 진짜 인간이 되는 것 같다고.

철학은 나를 더 깊은 세계로 이끈다.

그 세계에는 즉각적인 보상도,

화려한 조명이 없다.

오직 사유의 고요한 맥박만이 있다.


사람들은 빠른 소비에 빠지고,

말초적 자극에 감정을 맡긴다.

그 속에서 나는 고요한 세계로 내려갔다.

책을 열고, 철학에 잠기고, 질문의 뿌리를 더듬었다.

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하려 했지만,

세상은 나에게

왜 그렇게 무거우냐고 묻는다.


나는 한 가지 역설을 마주한다.

왜 나의 깊이는 세상과 충돌하는가?

왜 나는

더 나은 길을 택했음에도

더 외로워지는가?


사람들은 빠르게 살아간다.

짧은 영상, 빠른 쇼핑, 반복되는 유행.

그들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만큼 비어 있다.

그들은 삶을 ‘채우려’ 하지만,

나는 삶을 ‘묻는다.’


내가 진리에 빠졌다면,

그들은 돈과 소비에 빠진 것이 아닌가?

나는 더 본질로 내려갔고,

그들은 더 피상으로 떠올랐다.

나는 더 고요하고, 무겁고, 깊은 세계에 갔다.

그렇다면,

왜 나만 세상에 맞추어야 하는가?


깊이 있는 삶은 세상과 가장 충돌하는 삶이다.

나는 고뇌하고,

그들은 웃고 스크롤을 내린다.

나는 멈추고,

그들은 속도를 낸다.


여기서 나는

근본적인 아이러니를 느낀다.

깊이 있는 삶은,

표면의 세상에서 불편한 삶이다.

진짜 질문은 대답을 늦게 만들고,

진짜 인간은 타인보다 천천히 완성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를 수 있어도,

삶은 안다.


고독한 철학자,

고요한 독자,

세상의 흐름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사람들.

그들은 세상에 맞추지 않지만,

세상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된다.


나는 반항한다.

나는 멈춘다.

나는 질문한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다.

이 고독한 명료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세상보다 더 명확하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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