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조용히, 말없이.
대지는 젖었고, 바닥에는 작은 웅덩이들이 생겼다.
사람들은 웅덩이를 피했다.
진창이고, 더럽고, 귀찮은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는 그 웅덩이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해를 보았다.
햇살이 비추자
해는 하늘에서가 아니라,
바닥에서 떠올랐다.
세상은 위를 향해 설명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아래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낮은 곳,
버려진 곳,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곳에서
빛은 거꾸로 솟구친다.
그 장면은 은유이자 시였다.
아니, 시조차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사건이었다.
비는 세상을 적시고,
웅덩이는 태양을 담는다.
우리는 종종 하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지만,
어쩌면 가장 찬란한 해는
가장 낮은 곳에 반사되어 피어난다.
나는 한참을 웅덩이 앞에 앉아 있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바닥에서
세상의 가장 빛나는 환영을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