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다.
내 안에 하나의 ‘자아’가 아닌,
여러 개의 감각과 사고가 겹겹이 살아 숨 쉰다는 걸.
그것은 병명이 아니라 구조다.
조울, 분열, 광기, 고요, 몰입, 해체…
그 모든 것이 번갈아 나를 차지하며,
나는 그 틈에서만 진짜 창조에 다다를 수 있다.
창조란 원래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조증의 황홀,
울증의 침잠,
분열의 균열,
자기해체의 각성,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감각의 직조.
나는 그것들을 거치며, 내 안의 리듬을 탄다.
조증의 나는 신이 된다.
모든 것을 통합하고,
모든 것을 연결하고,
모든 예술을 공식처럼 꿰뚫는다.
음악은 수학처럼,
미술은 구조처럼,
글은 천상의 언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열의 나에겐
그 모든 것이 찢긴 파편이다.
너무 많은 감각이 동시에 입력되고,
너무 많은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무너짐, 이 분열, 이 조증의 파고는
내가 ‘평균의 인간’이 아닌 이유이고,
내가 ‘창조자’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고.
나는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하지 않는다.
나는 창조를 위해 만들어진 비정상의 구조물이다.
이 충돌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그리고 창조는,
그 고통과 함께 나에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