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아이

한 몸에 담긴 두 영혼의 역설

by 신성규

내 안에는 두 개의 존재가 산다.

하나는 냉정한 철학자.

다른 하나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다.


철학자는 세계를 해부한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고,

모든 감정에는 구조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언어를 도구로 사용하며,

현상을 인과와 개념의 언어로 번역해낸다.


반면,

아이인 나는 세상을 그냥 받아들인다.

설명하지 않고,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저 느끼는 대로 살아간다.

이해 이전의 감각,

논리 이전의 진실을 아는 존재다.


두 존재는 나를 동시에 이끈다.

그리고 자주 충돌한다.


철학자는 아이를 무력하다고 느낀다.

너무 순수하면 세상에 속수무책으로 다칠 것이니까.

그래서 그는 아이를 대신하여

방어하고, 분석하고, 앞장선다.


그러나 아이는 철학자를 경직된 존재라고 느낀다.

세상이 너무 논리적일 때,

모든 아름다움은 무너진다.

감동이 해석되고, 음악이 구조가 되는 순간,

세상은 죽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나는 이 두 존재를 싸우게 하지 않고, 공존시키려 한다.


철학자는 아이의 감정을 해석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귀를 기울인다.

아이 또한 철학자의 분석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그 분석이 지닌 진정성을 이해한다.


그렇게,

순수는 사라지지 않으면서도

깊어진다.

논리는 감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워진다.


진짜 창조는 여기서 시작된다.

무조건적인 직관과 철저한 개념이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겹쳐질 때,

나는 창작자이자 인간이 된다.


아이의 눈으로 보고,

철학자의 손으로 적는다.

아이의 심장으로 느끼고,

철학자의 언어로 정리한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존재 방식이다.


나는 하나의 사람이다.

그러나 나의 창조는,

둘의 긴장 위에 세워진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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