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북극항로와 그린란드의 연관성

by 신성규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언급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에는 농담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속에는 미국이 꿈꾸는 새로운 패권 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그린란드는 단순한 빙하와 설원으로 이루어진 섬이 아니라, 북극항로의 관문이자, 북극해의 자원과 항로를 선점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열리고 있는 새로운 글로벌 해상 물류의 핵심 경로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로서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북극의 자원 개발뿐 아니라 군사적·경제적 요충지로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은 바로 이 북극항로를 둘러싼 새로운 패권 경쟁의 신호탄이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과거 냉전 시절 중국과의 관계를 활용해 소련을 견제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미국은 역설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북극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북극항로는 러시아가 핵심 이해당사국이자 주요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해 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긴장 완화가 북극항로 진출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북극항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한반도의 끝자락에 있다. 하지만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이상, 한국의 철도망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될 수 없다. 북극항로의 진정한 완성은 바로 남북철도의 연결로부터 비롯된다. 남북철도가 이어지고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된다면,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이 북한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지나 북극항로로 유럽까지 직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북한, 러시아, 그리고 미국까지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얼핏 보기에는 우발적인 발언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본질은 그의 부동산업자적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었다. 그에게 땅은 곧 자산이며, 곧 돈이고, 곧 권력이다. 그리고 북극항로는 땅만이 아니라 바다와 철도, 항만, 물류거점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부동산’의 황금알로 여겨졌을 것이다.


결국 북극항로의 완성은 단순한 해상 항로 개척이 아니다. 남북한의 철도 연결이야말로 그 거대한 항로의 마지막 퍼즐이다. 그 길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물류의 허브로서 경제적 부흥의 기회를 얻고, 북한은 경제개발의 물꼬를 틀 수 있으며, 러시아는 유라시아 물류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미국에게는 북극항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는 한편,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동시에 잇는 글로벌 해상·육상 물류망에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3화예술은 사랑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