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메우는 상실

by 신성규

사랑에 실패한 이들은, 때로 삶을 마치 던져버린 듯한 길로 내몰리곤 한다.

몸을 쉽게 움직이고, 낯선 손길에 자신을 내어주는 모습.

사람들은 이를 흔히 ‘욕망’이라고 부르지만,

그 속에는 욕망이라기보다는 잃어버린 사랑을 메우려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다.


사랑의 실패는 단순히 감정의 끝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균열이다.

사랑이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상처 입은 자아를 품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관계가 무너질 때, 자아의 일부도 함께 무너진다.

부서진 마음은 허공에 파편을 흩뿌리듯 내던진다.

몸을 쉽게 내어주는 것은

그 파편을 주워 담으려는 몸짓이자,

사라진 자신을 다시 찾으려는 헛된 시도이다.


몸은 마음보다 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촉각은 상실의 공허를 급히 덮으려 하고,

피부는 외로움의 그림자를 가리려 한다.

하지만 몸으로 채워지는 것은

몸의 허기만 달랠 뿐,

마음의 허기는 더욱 깊게 스며든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타락이나 방종이 아니다.

오히려 몸을 통해 마음을 다시 붙잡아 보려는,

절망에 가까운 몸부림이다.

몸이 쉽게 열리는 것은,

그만큼 내면에서 울부짖는 목소리가 크다는 증거다.

그 몸짓이 위험하다고, 부끄럽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 안에 깃든 상실의 결을 살펴야 한다.


몸으로 메우려 하는 것은

사랑의 부재가 남긴 허기다.

그 허기는 몸으로만은 다 채워지지 않는다.

마음으로 채우려면

더 먼 길을 돌아야 한다는 것을,

그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몸을 내어준다.

몸으로라도, 사라진 자신을 붙잡으려는 듯이.

상처받은 몸짓이자, 절망의 노래이며,

동시에 다시 사랑을 기다리는 작은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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