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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Aug 03.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10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10 학교생활 2


그렇게 학교 OT에 참석했다. 학교 소강당에 신입생들이 차례로 들어와 아무 자리에 10인용 원형 테이블에 시시각각 착석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흔히 말하는 "인싸"로써 누구와도 잘 어울렸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건 크게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OT가 시작하기 직전일 무렵, 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렸다. 여길 봐도 여자, 저길 봐도 여자, 대략 150명이 되는 신입생 사이에 남자라곤 고작 10명도 안되는 듯했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괜히 여자가 많아서 긴장한 건 아니었다. 평소 여자 사람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기에 그들과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이런 생각 자체를 처음엔 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학우들 가운데 우둥커니 앉아있자니, 내가 이벤트학과를 선택하자 굳건히 뜯어말리던 주위 사람들이 생각났다. 아, 혹시 이 학과는 남자가 하기엔 힘든 걸까? 졸업 후 취직자리에 제한이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들었다.




OT가 진행되면서 이 의문점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의 이벤트학과의 많은 졸업생들은 웨딩플래닝 쪽으로 취직을 했고 이에 따라 유명세가 높아지면서 여학생들이 몰린듯했다. 공연기획 혹은 콘퍼런스/미팅 기획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학교들도 이벤트학과는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더라..). 심지어 95% 정도 되는 여학생들 중 대부분은 금발에 파란 눈 백인이었다.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계 최대 이민자 도시 토론토에서 이렇게 한 인종이 몰리는 경우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새삼스럽게도 굉장히 신기했다. 어린 나이에 지구 반대편으로 유학 와서 수많은 캐나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과 2년을 함께할 거란 생각에 신기하고 걱정됐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고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항상 같았다. '내가 어떻게 알아? 해봐야 알지.'


OT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백인 아저씨(?)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후줄근한 옷차림을 보아선 교수님은 아닐 듯하였고, 학생인가? 싶다기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는 게 이해가 안됐다. 이 아저씨, 마이크는 나의 학교생활 유일한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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