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건가? 하늘을 올려다보다 한 방울보다 더 작은 비 점 하나가 눈동자에 닿아 차악 퍼지면 아! 오는구나 하고 우산을 펼칩니다.
일찍 문을 연 카페에 들러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들고 나옵니다. 컵으로 전달되는 커피 온도가 손바닥을 적시듯 퍼지는데, 날리는 봄비가 손바닥에 앉더니 잠시 쉬었다 가도 되겠다 싶었는지 금세 손금사이로 자리를 잡습니다.
출근길의 비 소식은 출근하기 싫은 약간의 툴툴거림이 나오기 마련인데 오늘의 출근길은 오히려 바깥 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비가 봄비라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그냥 비였다면 장대비, 젖은 신발, 습기에 절은 옷이 떠오르지만, 봄비는 사늘한 봄바람, 우연찮게 내리는 벚꽃, 그리고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행운을 생각나게 하니까요.
날을 정해 벚꽃을 보러 간 날은 여태껏 없었지만 마을에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 벚꽃을 볼 적마다 한 송이 따다가 내 방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작은 방에도 봄이 왔다고 알려주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꺾으면 안 되니까...
오늘같이 봄비가 내리는 날엔, 봄바람이 봄비의 등을 떠밀어주고 벚꽃에 다가간 봄비는 꽃잎들을 간지럽히니 웃다가 기운이 빠진 잎은 어느새 내 어깨, 운동화 위에 앉게 됩니다. 그럼 나는 꽃잎이 다치지 않도록 손바닥에 올려놓아 손가락을 모읍니다. 아직 손금 사이에 남아있는 봄비도 꽃잎이 떨어질까 끌어당겨 줍니다.
내 뜻대로가 아닌 봄비의 뜻대로 내게 온 꽃잎을 바라보니 왠지 좋은 일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봄비가 주는 마법이 한나절을 갈지, 하루가 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사뿐하게 걷습니다.
봄비가 내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