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선배가 어린 딸아이의기특한 말과 행동에감동을 받은 얘기를 하고는 마무리를 지으며 한 말이다.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선배의 마음이 여실히 보였다.
나도 어쩐지 가족에 대한 마음을 알리고 싶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당신은 내 삶의 방향이야"
남편은 몇 초 정도 침묵을 지키더니 한 마디 한다.
"그런데, 왜 항상 잘못된 길로 가니?"
...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길을 걷고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남편과 나의 이상이 다를 뿐이다.
남편은 현실과 상황을 중요하게 여겨 때에 맞춰 실행하는 사람, 나는 기다릴 줄 모르고 내가 하고 싶은 건 어떻게서든 꼭 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보다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남편의 의견이 모두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딱히 틀린 말이 아니어서 큰 일에 있어서는 대부분 따른다. 그럴 땐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소소하게나마 진행한다. 일종의 보상심리?(너에게 큰 것을 양보했으니 나도 뭐 하나는 얻어야 하지 않겠냐 뭐 이런...) 가령 소정의 주식을 한다던가(부자가 되어 보란 듯이 스웩을 보여주겠음) 무작정 차박을 간다던가(선 출발 후 통보), 대량 책 구매(지혜, 지식을 섭렵해서 이겨주겠어)를 하며 내 마음을 충족시킨다. 아무래도 난 죽을 때까지 아량이 넓은 사람이 되긴 글러먹었다.
선배는 가정을 이루면서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자기 말이 모두 옳다고 했던 자기중심적인 성향과 배려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반성하고 후회를 했단다. 그리고 본인의 오만함을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뒤돌아보고 주변을 살펴본다고 한다.
그의 변화가 삶의 방향과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 같다.
선배 말에 나도 역시 내 삶의 방향과 의미는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몇 초 고민도 하지 않고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역시 사람은 같을 수가 없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삶의 방향과 의미는 나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더없이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내 인생의 키는 나를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싶다. 물론 공동체적 문제는 함께 의논하고 나아가는 것이 맞지만 나의 꿈, 나의 길은 키를 나눠 잡고 싶지 않다. 당연히 남편과 아이들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키는 한 사람에 하나씩만 주어지는 것이니까.
내 키가 향하는 대로 걸어가고 곳곳에 의미를 줄 것이다. 살아온 흔적이 잘 지워지지 않게 꾹 꾹 눌러 가면서.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게.
남편에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여보 전화해서 거짓말한 거 미안해. 당신이 항상 말했지? 인생은 각자도생이라고. 맞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