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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시길 15

사랑과 감기는 역시 티가 나

by 빛나다

만나면 유쾌한 후배 A와 B가 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좋은 사람들.

더욱이 그들 사이의 미세한 이상기류가 보이면 이 두 사람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일어나니 설레는 변화를 곁에서 보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했다.


"A에게 좋은 일이 생겼어요"


셋이 카페에 들러 요즘 근황을 서로 말하는데, B가 미소를 지으며 A의 소식을 알린다.


"좋은 일? 무슨?"


"여자친구 생겼어요."


생글거리는 B, 쑥스러워하는 A.


"누구야? 우리 직원이야?"


"저요"


B를 잠시 보다 정말이야? 진짜야? 몇 번이고 확인을 받았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A가 B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기에 혹시라도 다른 연인이 있다고 B가 말해버리면 어쩌지 하는 슬픔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 A가 B를 향한 마음을 접고 그녀를 잊기 위해 다른 여인을 연인으로 곁에 둔다는 티브이에서나 나오는 드라마를 그렸다.)


누가 봐도 B를 바라보는 A의 눈빛과 말투, 억양, 움직임은 사랑이었으니 반드시 언젠가는 B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지인들도 말은 안 했지만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단언할 정도였으니.

감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맑고 투명해서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알아차릴 수 있으며 오롯이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것만 같았다.


A와 B가 많이 좋아하며 사랑했으면 좋겠다. 온전히 사랑 그대로 보이는 시간을 오래도록 보냈으면 좋겠다.


"D아빠, A랑 B랑 사귄대!"

집에 오자마자 A와 친분이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연애만 하라 그래. 결혼은 안돼."


"왜 결혼은 안되는데?"


"날 보면 몰라?!"


...


전쟁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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