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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치유

by 빛나다

사람마다 마음의 평온을 찾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절친인 H는 사람들을 만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속에 있는 생각을 큰소리 내어 말하는 것으로 마음이 청소되는 것 같다 하고,

선배인 J는 휴양지로 떠나 아무 생각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최고라 한다.

내 마음의 평온을 갖는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게 중 많이 애용하는 건 캠핑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하는 캠핑을.

차박이든, 텐트를 이용한 캠핑이든 꼭 반려견을 동반하여 함께 비와 눈을 맞으며 소소한 캠핑 용품으로 식사를 하고 함께 잠을 자며 아침을 맞는 유튜브 영상은 주말 한나절을 꽉 채우기에 참 좋다. 그걸 보고 있는 난, 보기 이전에 사람들에게 치이고 마음이 상한 상태일 때가 대부분이기에 눈앞에 보이는 영상을 통해 치유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유튜버와 그의 반려견 대신 나와 나의 반려견 구름이를 등장시킨다.


한 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산속에 작은 텐트 하나치고 화목 난로와 미니 화로대를 놓은 다음 타닥타닥 나뭇가지가 타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치이익 소리로 맞장구쳐주는 화로대 위의 익어가는 고기를 마주한 나와 구름이는 얼른 텐트 안이 따뜻해지기를, 고기가 빨리 익기를 바라는 마음을 마음껏 보이며 서로 기대고 있다.

구름이 간식을 위해 포일에 싼 고구마는 이미 화목 난로 안에 들어가 있다. 슬슬 군침이 도는 고기 냄새가 올라오면 하나, 하나 뒤집어주며 갈증 나는 속을 사이다 한 잔으로 우선 채워준다.

진한 탄산이 저 아래 위장 끝에 다다를 때쯤 고기의 치이익 소리는 더욱 크게 울리고 한 점 입안으로 넣는다. 한 입 씹으면 주르륵 흐르는 육즙이 혀 전체에 다 돌기 전에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다음 고기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저녁식사가 끝나면 난로에 장작을 충분히 넣어 잘 준비를 한다. 이때 구름이는 아까 먹은 고구마가 아쉬운지 난로 주변을 서성이지만 다이어트가 필요하기에 모른 척한다.

1인용 접이식 침대 위에 매트를 펼치고 그 위에 폭신한 러그와 극동계형 침낭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구름이와 함께 그 안으로 쏘옥 들어가 겨울숲, 겨울잠을 청한다. 어쩜 나는 눈이 나리는 숲 속을 자박자박 걷는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아침 일곱 시쯤 나는 잠에서 깨고 모두 타고 남은 잿더미가 된 화목난로 안 장작더미의 마지막 위에 아직 쓰지 않은 장작들을 넣어 하루를 시작한다. 점점 따뜻한 열기가 번져 올라온 난로 위에 물을 담은 주전자를 올려놓고 차 한 잔 마실 준비를 한다. 마침 잠을 깬 구름이가 내 품 안으로 들어와 무릎 위에서 다시 잠이 들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장작소리와 함께 구름이의 보슬보슬한 털을 쓰다듬으며 편안한 숨을 내쉰다.


캠핑 유튜브 영상은 끝났고 나와 구름이는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우리는 같은 꿈을 꿀 수도 있다.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낸 꿈을.


요즘은 그렇게 내 마음을 치유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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