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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by 빛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몇 번을 그러다

자리에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어

아직 해가 들어서지 않아

길은 어둑하고

지나가는 차는 몇 안되네

책 두 권이 담긴 가방을 메고

그대로 걷기 시작했어

차가운 공기가 두 볼을 지나칠 때마다

때맞춰 나오는 입김도

내 두 볼에 잠깐 앉다 사라지고

그렇게 계속 걷다 보면

머리카락 사이,

손가락 끝마디

발등과 발가락까지

차갑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게 돼

그러면

다시 돌아가야지 하고

몸을 돌리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고독한 여행자가 되어

집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길을 걷는 거지

땅보다는

땅 위에 그려진 내 그림자를 향하고

이어폰에 흐르는 음악보다는

거리의 자잘한 소음에 집중한 채로

입을 벌리고는

쌀쌀한 바람에 스며든

나무와 풀의 냄새를 삼키면서 말이야.

그러고 한참 걷고 나면

다시 돌아가야지 해.

마치 여행을 다하고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 하는 사람처럼.

...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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