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혼났네

by 온결

몇 달 동안 몸에 이상 징후를 느끼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거나 무시했더니 결국 며칠 전 수술을 하고 말았다. 그저 사는 게 피곤하고 지쳐서 그런 줄 알고, 남들도 이 정도는 다 갖고 있는 만성피로라 생각했는데... 틀린 생각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오래도록 아파온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침대에 누워 링거주사기를 팔에 꽂은 채 수술실로 향하는데 약간의 울렁거림 앞에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지니 점차 몸이 굳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오랫동안 나의 몸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하였는가 반성을 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다 그런 거다, 지금 하기 싫어서 몸이 내빼려고 아픈 척하는 거다, 조금만 버텨라 이것만 끝나면 괜찮아진다. 수없이 내 몸에 대고 한 말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팠던 장면, 내 앞이 뱅글뱅글 돌며 혈압이 내리지 않던 날 "지금 네가 이러면 안 돼. 조금만 참아봐"였다. 누가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한다고, 아프면 어깨에 지고 있는 거 다 내던지고 내 몸 생각하는 거 누가 욕한다고, 책임감 없다고 비난한들 내 몸이 우선이라는 걸 이제야 수술실로 향하는 끝에 후회하는 것이냐고, 전신마취를 위한 호흡기를 쓰게 되는 순간 호흡기를 써주는 선생님의 하얀 손을 향해 물어본다. 그리고

"이젠 내 몸이 우선이고. 앞으로는 무조건 내 건강 먼저 챙길 거예요. 그러니까 수.. 수 ㄹ"

머릿속이 안개로 뒤덮히는 순간 다짐하면서.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 이후 3일째 되는 날 팔뚝에 꽂았던 링거주사기를 빼내고 조금은 자유의 몸이 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간밤 아니 수술 후 며칠간 잠자리에서 나는... 일하는 꿈을 꾸었고(병가 전 미리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옴/업무대행자 있음) 오늘 새벽 자리에 일어나 한숨을 내쉬었다.

"덜 혼났네"

꿈에 이어 또 업무 생각할까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글을 씀으로써 업무를 잊고자 하는...

정말 덜 혼났다!

정신 차리자. 제발 정신 차리자. 누가 보면 일에 미친 사람인 줄 알겠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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