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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겨울 달리기를 시작하다.

첫번째 이야기 - 마라톤, 사회복지사

12월 2일(토) 나의 마라톤 첫 대회를 마치고 한동안 쉼시간을 가졌다. 대회 10km 완주의 기쁨과 흥분,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이제 겨울이다. 겨울에는 어떻게 달리기를 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 영하의 날씨에 어떻게 옷을 입고 나가야 하는지 얼마나 뛰어야 하는지 겨울 달리기가 처음인 나에게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유튜브 검색으로 선배들의 노하우를 학습했다.

여러 겹옷을 입고 머리 보온을 위한 비니와 귀와 목을 보호하기 위한 넥워머, 기모 레깅스와 긴팔, 얇은 패딩과 장갑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하나면 되었지만 겨울에는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했다. 어떤 분은 발이 시려서 운동화 앞부분에 테이핑까지 했다고 들었다.

12월 중순 주말 영하 10도의 추위가 계속됐다. 너무 추워 나갈 수 없어서 집에서 실내자전거로 운동을 했다.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일주일 내내 앞으로 겨울에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어떤 분이 겨울에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 근처 매장을 찾아보았다. 나는 주말에만 운동을 하는데 헬스클럽은 2주에 한 번씩 일요일 쉬고 있었다. 돈 주고 다니기기 아까웠다. 20여 년 전 총각시절, 회사 옆 헬스클럽 1년 치를 끊어놓고 10번도 못 가고 포기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 이후론 헬스클럽을 다니지 않았고 필요한 가정용 운동기구들을 사모아 집 한편에 놓아두고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12월 23일 토요일 영하 6도 날씨의 오후, 드디어 나의 겨울 첫 러닝이 시작되었다.

겨울비니와 장갑, 상의는 기모 긴팔에 바람막이 점퍼 그리고 얇은 패딩, 하의는 가을에 입던 레깅스와 반바지 그리고 두툼한 양말과 러닝화를 착용했다.

누군가 그랬다. 좀 춥게 느껴지는 정도로 입고 나가야 한다고 그랬다. 좀 추웠다. 다리도 추웠고 얼굴이 특히 추웠다. 어쨌든 한번 뛰어보자 생각하고 예전보다 좀 더 몸을 많이 풀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가득 때렸다. 목까지 차갑게 느껴졌다. 몇 주 만의 달리기인지라 긴장되기고 했고 나의 겨울 첫 러닝이라 여러 걱정들이 앞섰다.

 그렇게 1km를 달리고 2km를 달리다 보니 점점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오랜만에 뛰었더니 발바닥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늦추고 나의 심장과 나의 호흡에 집중했다.

4km를 지나면서 호흡에 적응했고 달리는 몸도 적응됐는지 무감각 해졌다. 맨얼굴에 찬바람을 맞으면서 뛰니 턱이 시렸고 콧물이 그치질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달리기를 지속했다.

좀 늦은 오후 5시에 나와서 날이 점점 더 추워지기 시작했다. 지하철역 왕복 3km를 3번 달리니 9km를 지났고 마지막까지 끝까지 달려 10km를 완주하였다.

매주 10km 달리기는 나의 일상이다.

인터넷에서 어떤 분이 겨울철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멀리 가지 말고 집 근처에서 짧은 거리로 운동하라고 조언을 했었다.

나 역시 첫겨울 러닝이라 걱정들이 많아서 집 앞 지하철 역 공원길 달리기로 마음먹었었다. 10km 달리기를 마치고 나니 실감이 났다. 달리기를 마치고 몸을 푸는데 갑자기 추위가 더 크게 느껴졌다. 땀이 식으면서 온몸이 차갑게 느껴졌고 몸도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나의 겨울 첫 러닝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겨울에도 달리는 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겨울에는 몸이 많이 굳어 있어 준비 운동도 중요하고 날씨에 맞는 적절한 복장도 중요하고 달리는 동안에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해 가면서 달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걱정과 우려 그리고 긴장감에 움츠려 있던 나의 겨울 첫 러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는 하고 있다. 나의 달리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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