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 마라톤, 사회복지사
오늘은 2023년 12월 31일(일)이다. 2023년의 마지막 날, 달리기로 나의 일년을 마무리하고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섰다.
어제 수도권 폭설로 쌓여있던 눈도 간밤에 내린 비로 어느덧 녹아 사라졌다. 오후 4시 38분 영상 5도로 온화한 겨울 날씨였다.
겨울 러닝에 입으려고 새로 산 기모 타이즈에 반바지, 그리고 기모 긴팔에 바람막이 점퍼와 패딩을 입었다. 비지 모자와 겨울 장갑도 착용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조금 달리다 보니 허리가 불편했다. 심호흡을 하고 몸을 살짝 낮추며 상체를 앞으로 해서 허리에 충격이 가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달리기는 처음 1km가 제일 힘들다. 몸이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뛰니 3km가 되었다. 발 바닦 앞쪽이 저려왔다. 허리도 아프고 발 바닦도 저리고 오른쪽 발목 안쪽도 살짝 통증이 느껴졌다.
오늘따라 온몸 여기저기가 불편했다. 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렇게 중간에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러닝이니 10km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원길은 눈이 녹아 여기저기 물이 고여 있었고 눈도 살짝 남아있어 미끄러웠다. 오늘은 중간에 공원길 옆 도로 보도를 이용해서 달리기를 했다. 차들이 다니는 길 옆이다 보니 시끄러웠지만 생각보단 괜찮았다. 새로운 길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달리는 길에 러닝하는 분들을 여러명 지나쳤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러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나같이 그들도 같은 마음일 것 같았다.
그렇게 5km를 지나니 어느덧 온몸이 적응을 한 듯했다. 통증도 사라지고 심호흡도 안정되었다. 달리기가 한결 수월했다.
5시가 넘어가니 어두워지면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3km까지는 옷이 너무 두껍게 입고 나온 듯 덥게 느껴지고 땀도 많이 났는데, 5km가 지나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춥게 느껴졌다. 머리에 쓴 비니 가득 머금은 온기가 이슬처럼 목뒤로 흘러내렸다.
8km가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흐뭇했다. 지난 3월 시작한 달리기, 처음에 30초도 달리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내가 과연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한여름을 지나 가을 그리고 겨울 마라톤 대회 참가와 이제 한해의 마지막 날 달리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9km를 지나고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올 한 해 달리던 나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하철 공원길과 자전거길, 5km에서 10km까지 매주 홀리듯이 혼자 마라톤을 즐겨온 내 모습들과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했다. 이제 올해의 마지막 10km를 마치려 한다.
2023년 12월 31일 오후 5시 46분, 달린 거리 10km, 소요시간 1시간 03분, 평균 페이스 6분 18초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록이다.
2024년은 겨울 달리기를 시작으로 3월 서울 마라톤 10km 도전, 그리고 연습과 훈련으로 11월 JTBC마라톤 하프 도전을 목표로 한다. 마라톤으로 나의 인생은 새로운 목표들로 가득하다.
2024년 나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