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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yking Aug 07. 2021

서른 살, 우울의 원인에 대한 고찰들

0. 프롤로그

서른 즈음부터 겪었던 지루하고도 힘겨웠던 내 마음의 장마철에 대하여 정말 오랫동안 빠져나올 수 없었고, 그랬기에 정말 많은 고찰을 했다. 도대체 왜? 남들 보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런 평온한 안정기에서 나의 우울감은 폭발적으로 증폭했던 것일까? 그 원인에 대한 그간의 고찰들을 글로 적어내 보려 한다. 왜냐하면, 이 글을 쓰는 나도 늘 그렇듯이,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누군가도 장마 속에서 찾아오는 외로움에 힘겨워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우울감에 젖어들면 누군가를 만나 이런 나의 마음을 털어놓기보다는 혼자서 해결해보려 애를 많이 썼기 때문에 정신과에 찾아가거나 심리상담소에 찾아갈 생각은 해보지도 못한 채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 혹여나 내가 우울증은 아닌지 수도 없이 체크해보았다. 요즘에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정신과 의사들이 간단하게나마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으로 대중들에게 우울감에 대해 설명해주는 영상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가슴 아프게도 이를 찾아보고 의지하고 있는 댓글도 매우 많이 보였다.

우울증에 빠져 정신의학과로 찾아간 환자들이 전문가인 의사에게 마지막에 많이들 붙이는 말은 이런 말들이라고 한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이 정상인가요?’

제가 좀 이상한 걸까요?

저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

저는 비정상일까요?

이 말을 보면서 나는 매우 신기했다. 왜냐하면 나도 이와 같은 생각을 속으로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되뇌었으니 말이다. 내가 우울하다면 그냥 지금 내 기분이 실제로 그러한 것일 뿐인데, 왜 ‘정상’과 ‘비정상’을 고민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모두 답답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마 각자 스스로 약간은 이런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질문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듣고 있던 전문가가 진지한 어투로 ‘네. 당신은 지금 비정상입니다.’라고 말한다면 과연 마음이 후련해질까? 아니. 그때부터 어마어마한 외로움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ㅡ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이 문장을 읽는 중인 나 자신ㅡ에게 ‘당신이 지금 가진 기분과 마음은 온당하다.’ 고 말해주고 싶다. 단지 비정상인 것이 있다면 그 감정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 온통 이 지독한 장마철에 쫄딱 젖어버려 행복한 기분을 느낄 틈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원래의 내 성격,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 습관들.. 그런 것들을 모두 예전처럼 익숙하게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떨어졌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정신과 몸은 정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이러한 마음이 신체의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해서 여기저기 몸도 정상 상태가 아니게 되었을 수도 있다. 행복을 느낄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찾아온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당신 그리고 나는 모두 정상이다. 원인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단 한 가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수백만 가지의 것들이 쌓이고 쌓여 터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그 이유는 다르지만 이유 없이 당신의 마음의 날씨가 달라진 것만큼은 절대로 아니다.  그런 상황과 그런 경험들로부터 당신에게는 충분히 장마철이 찾아올 수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도 아니고, 당신이 나약해서도 아니고, 당신이 부정적인 인간이라서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기분은 ‘그럴만했다.’

 내가 이 장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매체들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는 ‘이 사람도 그렇구나.’ ,‘누구나 같은 감정을 느끼는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신기하기도 했고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다들 행복하고 에너지 넘치게 척척 잘 지내고 있는 모습들만 가득한 것 같아 이러한 내 모습이 나를 더욱 외롭고 못나 보이게 했지만, 나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주로 읽었다.) 나는 공감을 받은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가 차올랐다. 글을 읽는 내 머릿속의 소리가, 내 목소리가 되어, 나의 귓가에 그 말들을 해주며 나를 꼬옥 안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당신에게 그런 글이 되어주고 싶어 나의 모든 고찰들을 하나씩 회상하여 적어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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