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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Feb 13. 2024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전으로 찌개 만들기

명절이 지나면 명절음식이 처치 곤란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집은 워낙 잘 먹어서인지 명절음식이 남은 적이 거의 없었다. 점점 음식을 간소화하면서 양이 많이 줄기도 했고 비빔밥과 전 같은 음식을 좋아해서 부지런히 먹기 때문에 남을 새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좋아하던 전을 남겼다. 바로 전찌개를 만들기 위해서다.




전은 기름에 구운 거라 건강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안 먹으니 명절 때만은 먹고 있다. 이번에는 직접 만들면서 기름도 조금 더 좋은 걸 쓰고, 밀가루는 계란물을 입히기 위해서만 조금 사용한 후, 적당히 구웠으니 덜 해로울 거라 믿고 실컷 먹었다. 그런데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고 한 그릇을 남겼다. 전찌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이 남은 적이 없어 전찌개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부러 따로 챙겨두었다.


전찌개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무, 양파, 대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준비하고 물과 전을 넣은 다음 양념장을 넣고 끓여주면 된다. 전은 익은 재료라 오래 끓일 필요도 없어 금방 만들 수 있다. 그에 비해 맛은 꽤나 괜찮았다. 레시피는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다. 먼저, 물을 납작한 전골냄비에 붓는다. 쌀뜰물을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하지만 없어서 그냥 물을 넣었다. 그리고 무를 나박하게 썰어서 먼저 익힌다. 무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파를 가운데 넣고 전을 가장자리에 둘러가며 예쁘게 올려준다. 끓는 냄비라 뜨거워서 불을 잠시 끄고 전을 보기 좋게 올렸다. 비어있는 가운데는 파와 고추를 올려주면 된다. 양념장도 간단하다. 고춧가루, 국간장, 새우젓, 다진 마늘 딱 4가지만 넣으면 된다. 끓고 있는 냄비 가장자리에 양념장을 풀어 넣고 한소끔 만 더 끓이면 완성이다.


전찌개의 양념은 딱 네 가지, 간단한데 맛은 좋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자꾸 입맛이 당겼다. 국간장과 새우젓이 들어가 깊은 맛이 났고 전에서 우러나온 맛도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의 양이 작아서 감칠맛이 덜 난 것이다. 전을 가장자리에만 깔아주면 되니 조금만 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국물에 잠기지 않게 전을 약간 세워서 겹쳐가며 넣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이 꽤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한 전은 밀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서 반죽에 힘이 없는데 국물을 끓일수록 풀어질까 봐 충분히 끓이지 못했다. 그래도 두 번에 나눠서 싹싹 긁어 맛있게 다 먹었다. 다음에는 전찌개를 위해 전을 충분히 남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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