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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Feb 15. 2024

내 맘대로 오픈 샌드위치

고마운 당근 양배추 라페

명절을 핑계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더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먹을 때는 신나게 먹어놓고 이렇게 후회할 걸 왜 그랬는지 싶지만 이미 먹은 걸 어쩌나. 이제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위안을 삼으며 냉장고를 뒤졌다.




먼저 꺼낸 건 며칠 전에 재워 둔 당근라페다. 이번 라페는 양배추도 넣어서 만들었다. 당근과 어우러져서 보기도 좋고 식감도 더 아삭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라페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당근과 양배추를 최대한 잘게 썰어서 소금에 약간 절인 후, 레몬즙이나 식초,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 원당, 올리브유를 조금씩 넣어 버무리면 완성된다. 불에 익힐 필요도 없고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데 맛은 꽤나 좋다. 작년 한 해동안 새로 발견한 음식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고 하면 라페라고 할 정도로 라페를 참 좋아한다. 라페로 샌드위치를 수도 없이 만들어먹었다. 건강하게 먹겠다고 햄, 치즈, 소스까지 거의 뺐으니 맛있을까 싶었는데 라페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건강한 음식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준 라페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접시를 꺼냈다. 그리고 모닝빵 1개를 꺼냈다. 양심에 찔려서 두 개는 못 꺼내고 하나만 꺼냈다. 매번 먹기 싫어서 피하는 브로콜리도 올리고 양상추도 소스 없이 대충 찢어 올렸다. 단백질이 부족할 것 같아 계란 스크램블만 후다닥 만들었다. 마지막에 너무 맛이 없을까 봐 후추만 살짝 뿌려줬다.


접시에 다 담고 보니 딱 샌드위치 재료였다. 빵 위에는 라페만 올렸는데 양상추와 계란을 곁들여 먹으니 딱 샌드위치 맛이 났다. 작은 빵 하나에 나머지는 모두 속재료인 내 맘대로 샌드위치다. 주황색, 노란색, 녹색이 잘 어우러져서 보기는 정말 좋았지만 맛은 그렇진 못했다. 하지만 브로콜리 한 입에 고소한 계란을 같이 먹고, 양상추 한 입에 새콤한 라페를 같이 먹다 보니 어느새 한 그릇을 다 비웠다.


TV프로그램에서 라면에 밥을 말아먹고 빵까지 한가득 먹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도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배가 불러도 먹을 정도로 참 좋아했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딱 라면이 생각났는데 얼른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그 생각을 떨쳐냈다.


샌드위치로 만들면 빵도 많이 먹게 되고 번거로운데 오픈샌드위치로 하니 간편해서 좋다.


요즘 자꾸 덜 건강한 음식에 손이 간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의 불안이 커진다. 맛있는 건 잠깐이지만 건강한 음식은 평생을 나를 지켜줄 것이다. 굳게 마음먹고 다시 음식을 조절해야겠다. 당분간 점심은 오픈 샌드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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