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팬케이크 만들기
바나나는 성격이 급하다. 이틀 정도는 노랗게 유지하다가 급속도로 검게 변해간다. 달달한 향은 더 나지만 거무스런 모습 때문인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썰어서 냉동실에 얼려도 봤지만 딱히 활용할 데가 없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즘 바나나 요리를 찾아보면서 바나나의 영향력을 알게 되었다.
바나나가 익으면 골칫거리다. 한 번에 다 먹을 수도 없고 이미 물러서 보관도 어렵다. 그럴 땐 디저트로 만들면 된다. 익어서 검게 변할수록 더 맛있으니 더 환영이다. 전에는 빵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팬케이크다. 일일이 구워줘야 해서 빵보다는 조금 번거롭지만 맛이나 모양의 만족도는 더 높았다.
바나나 팬케이크의 재료는 딱 3가지다. 바나나, 계란, 오트밀. 그리고 원하는 토핑을 조금 준비하면 된다. 먼저 바나나는 껍질을 까서 손으로 대충 토막을 낸다. 따로 볼을 쓸 필요 없이 바로 블렌더 통에 넣고, 계란도 깨서 넣는다. 오트밀도 다 넣는다. 무른 바나나와 계란은 잘 섞이지만 오트밀은 딱딱해서 잘 갈리지 않는데 오트밀까지 잘 섞이도록 최대한 갈아준다. 이렇게 완성된 반죽은 팬에 올려 동그랗게 하나씩 부쳐주면 된다. 이때 오일이 너무 적으면 들러붙기 쉽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일이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불 세기는 반드시 약불 이어야 한다. 서서히 익혀야 안쪽도 익고 단면이 고르고 예쁘게 익는다.
완성된 팬케이크 3~4개를 쌓아 올렸다. 그리고 맨 위에 얇게 썬 바나나와 건포도를 올렸다. 그래도 허전해서 장식할 게 없나 찾던 중 새싹 채소가 눈에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허브는 아니지만 잎이 작아서 장식효과를 톡톡히 했다. 여기에 생크림을 올려 먹으면 좋겠지만 자제해야 한다. 대신 꿀만 조금 뿌렸다. 케이크 자르듯이 삼각형으로 잘라 포크로 푹 찔러 한 입 먹었다. 바나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자극적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맛있었다.
이렇게 최애 간식이 하나 더 늘었다. 모양뿐 아니라 맛도 일반 팬케이크 못지않아서 너무나 만족스럽다. 손님 접대용으로도 내도 괜찮을 만큼 추천해주고 싶은 디저트다. 거기다 아기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건강 디저트라 가족들과 함께 나눠먹기도 좋다. 나는 조카에게 주려고 조금 챙겨두었다. 저번에 준 바나나빵도 잘 먹었다고 하니 이번에 만든 바나나 팬케이크도 반응이 좋을 것 같다. 조카에게도 이 팬케이크가 최애 간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