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요일은 카페 가기
요즘 여름의 기세가 무섭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 문자가 온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밖에 나가는 건 엄두도 못 낸다. 그나마 해가 지는 저녁이 되어서야 활동을 하고 있다.
날씨가 더우니 선풍기 바람도 소용없었다. 작업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다이어리를 보니 벌써 7월 마지막주다. 동그라미 친 날짜가 보인다. 오늘, 마지막 주 목요일이다. 예전에 좀 더 나를 아끼자는 마음으로 나만을 위한 기념일을 만들었다. 그 기념일이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이다. 목요일인 이유는 특별히 없다. 월, 화, 수요일은 왠지 마음이 바쁘고 금요일은 한 주 마무리라서 목요일을 선택했다. 목요일은 무얼 해도 다음 날, 금요일이 남아있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축 쳐진 몸을 겨우 끌고 나왔다. 예상대로 날씨가 무척 더웠다. 오늘은 전부터 찜해둔 동네 카페에 가볼 예정이다. 거리는 좀 있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라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카페는 골목에 있는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었다. 요즘 이렇게 주택을 리모델링 한 곳이 많아졌다. 하얗게 벽을 칠하고 문과 창문은 합판으로 마무리해 깔끔하고 예뻤다. 언젠가 작업실 겸 나만의 공간으로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나는 토마토주스를 주문했다. 늘 그렇듯이 우선 토마토 주스가 되는지 물어보고, 시럽을 빼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자리는 창가에 있는 긴 테이블 근처로 골랐다. 창만 보는 한 방향 자리라서 혼자 오면 선호하는 자리다. 밖은 벽뷰이지만 카페라서 그런지 그래도 좋았다. 사장님께서 주스를 자리에 가져다주셨다. 요즘은 셀프픽업이 많아 조금 어색했지만 정성스럽게 놓아주시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주문을 할 때 시럽을 빼겠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많이 아쉬워하셨는데 사장님의 모습에 시럽도 넣어 먹어보고 싶어졌다. 다음엔 조금 넣어달라고 해봐야겠다.
며칠 집중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덥기도 하고 시간이 훌쩍 지나 7월마저 가고 있으니 조금 하기도 했다. 한 해가 5개월만 남았다니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나와야겠다고 싶었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봤다. 다른 손님들의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 있으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창밖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주스를 한 번이라도 더 정성스레 마셔보려고 애썼다.
예쁜 카페를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나니 피곤하지만 개운해졌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힘들고, 마음이 우울하면 몸도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몸이 피곤할 때 무언가 선뜻 결정하지 말고, 마음이 우울하면 몸을 빨리 움직여 나쁜 기운을 없애라고 했다. 오늘도 그랬다. 밖에 나오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나갔다 오면 기분이 늘 나아진다. 정말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나 보다.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일을 마무리해 놓고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