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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18. 2024

행운도 행복도 빌며

토끼풀, 클로버 이야기

길가 잔디가 있는 곳이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바로 토끼풀이다. 잎 사이에서 긴 자루가 올라와 끝에 작은 꽃을 피운다. 토끼풀이라는 이름이 붙은 설은 다양한데 그냥 보기만 해도 이유를 알 것 같다. 동글동글한 모양새가 토끼와 잘 어울려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서 푸릇한 무리를 발견했다. 작은 꽃도 제법 피어있었다. 토끼풀이었다. 들꽃 중에 이름을 아는 꽃이 별로 없는데 토끼풀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서 반가웠다. 줄기가 길고 꽃이 동그래서 반지, 목걸이를 만들며 놀던 생각이 났다.


토끼풀은 5월부터 9월까지 펴서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잎에 흰색 무늬가 있어 비슷한 식물들과 구분 된다고 한다. 그리고 꽃색이 빨간 토끼풀도 있다고 한다. 빨간 토끼풀은 하얀 토끼풀보다 짧고 꽃 주위에 잎이 촘촘하게 나는 점이 다르다. 토끼풀은 넓게 무리를 지어 피고 적응력도 매우 강해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흔한 토끼풀이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잎이 네 잎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클로버만 보이면 네 잎을 찾느라 바빴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네 잎을 발견하면 기쁘겠지만 잘 없을뿐더러 찾았다고 해도 행운이 꼭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감성이 메마른 걸까. 이번에는 찾아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도 사람들이 네 잎클로버를 찾아서인지 원래 모습인 세 잎클로버는 행복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행운만 바라지 말고 일상에 있는 행복을 보라는 뜻일 테다. 이 말에 수긍하며 더 이상 네 잎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한 모임에서 만난 분이 네 잎클로버를 예쁘게 코팅해서 나눠주셨다. 그냥 작은 잎일 뿐인데 네 잎이라는 이유로 바로 행운이 온 것 마냥 소중하게 느껴졌다. 세잎의 이야기처럼 일상의 행복을 찾겠다고 했는데 네 잎의 행운이 기쁜걸 보니 아직 행운이 더 좋은가 보다.


다른 곳의 토끼풀은 꽃이 피다 못해 벌써 지고 있었다. 요즘 해가 뜨겁더라니 꽃도 힘들었나보다. 토끼풀 꽃을 자세히 보니 몽글몽글한 것이 참 예뻤다. 그러다 세잎이든 네 잎이든 구분 말고 예뻐하면 행복도 오고 행운도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억지지만 왠지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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