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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도 맛있어

담백한 양배추 두부말이

by 샤이니율

아직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서인지 밥 챙겨 먹기가 귀찮았다. 요리는 1시간 하고 먹는 것은 10분일 텐데 그 에너지를 쓸 엄두가 안 났다. 밥은 먹기 싫고 며칠 자극적인 것을 많이 먹어서 담백한 것이 필요했다. '담백'하면 떠오르는 것은 두부다. 두부는 고기를 잘 먹지 않는 내게 유용한 단백질 공급처이다. 두부는 몸에도 좋지만 각종 요리에 활용하기 좋아 자주 사용한다.




오늘의 요리는 두부볶음이다. 두부의 물기를 꽉 짜서 오일을 약간만 두르고 볶는 건데 소금, 후추 간만 해도 고소하니 맛이 꽤 괜찮다. 두부볶음은 그냥 퍼먹어도 되지만 라이스페이퍼에 싸면 간단한 채식만두가 되고, 양배추나 깻잎 데친 것에 싸면 쌈으로도 먹을 수도 있다. 오늘은 양배추에 넣어 두부말이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할 일은 양배추를 세척하는 것이다. 양배추는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에 겉에 있는 농약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 그래서 흐르는 물에만 헹궈도 충분한데 찝찝하다면 물에 2분 정도만 담갔다가 헹궈주면 된다. 물에 담가놓는 것만으로도 농약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 양배추를 익히려면 찌는 것이 좋지만 간단하게 물을 뿌려 전자레인지에 익혔다. 어느 정도 익었다면 뜸을 들여서 나머지도 익힌다. 너무 오래 익히면 물러져서 맛도 모양도 내기 어려우니 주의한다. 두부는 면포로 물기를 꽉 짜서 두고 파, 파프리카, 청고추,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준비한다. 팬에 오일을 약간 두르고 다진 마늘, 파를 볶다가 파프리카, 고추도 넣고 같이 볶는다. 두부도 잘게 부숴가면서 잘 어우러지게 볶다가 소금과 진간장을 약간 넣어 간을 한다. 모자라는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양배추 익힌 것과 두부 볶은 것을 한 김 식힌 후, 양배추를 조금씩 겹쳐 김밥김 크기만큼 펼쳐놓고 가운데 일렬로 두부 볶음을 올린다. 그리고 끝에서부터 김밥 말듯이 말면 된다. 양배추가 이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터져서 내용물이 나올 수도 있는데 당황하지 말고 양배추 잎을 다시 올려가면서 끝까지 만다. 어렵다면 양배추 잎 하나에 두부볶음을 넣어 하나씩 말면 조금 더 쉽게 말 수 있다.


김밥처럼 한 입 크기로 썰어 놓으니 꽤나 그럴싸했다. 양배추에 힘이 없어서 내용물이 쏟아지고 엉망이었지만 수습해서 그릇에 하나씩 올려놓으니 뿌듯했다. 다음에는 욕심내지 말고 양배추 잎에 하나씩 싸야겠다.


브런치_양배추두부말이-1.jpg


별 재료가 없어서 무슨 맛인가 싶지만 그 밍밍하고 심심한 맛 때문에 자꾸 당기는 것이 매력이다. 마지막에 두부볶음만 약간 남았는데 숟가락으로 퍼먹다 보니 다 먹어버렸다. 밥과 계란을 더해 볶음밥으로 만드려고 했는데 만들 재료가 없다. 어쩔 수 없다. 내일 다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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