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바나나 빵
정기적으로 먹는 빵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빵은 아니다. 밀가루나 곡식가루를 넣어 반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료를 그냥 섞어서 익히는 찜 같은 음식이다. 다만, 모양이 빵처럼 보이기 때문에 빵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재료는 고구마나 바나나, 단호박, 사과 같은 단맛이 있는 묵직한 재료이고, 부재료로 계란을 넣는다. 여기에 밀가루대신 아몬드가루나 오트밀가루를 넣으면 된다. 그리고 전자레인지에서 익히면 그럴싸한 빵이 완성된다. 처음 이 빵을 만난 건 한 영상에서였다. 우연히 '건강빵'이라는 제목에 끌려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건강한 재료들만 넣고 만드는데도 빵처럼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댓글을 보니 맛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맛있다고 하니 안 만들 수 없었다. 재료도 아주 간단했다. 그런데 점점 재료가 섞이면서 질퍽해지는 반죽과 까무잡잡하게 변하는 색을 보니 맛에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만들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익히는데 점점 맛있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단맛이 나는 재료를 썼기 때문에 평균 이상의 맛이 났고 갈아서 넣었기 때문에 빵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났다. 그 이후로 재료를 달리해서 만들어 먹고 있다.
오늘은 무른 바나나가 있어서 바나나를 주재료로 빵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한쪽에 있는 고구마가 눈에 띄었다. 그 순간 '고구마를 같이 넣어볼까?'는 생각이 들었다. 바나나도 고구마 모두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디저트로도 자주 사용되는 재료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바나나를 반을 덜고 그 자리에 고구마를 넣고 열심히 으깼다. '매셔'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차가워도 편하게 으깰 수 있다. 맛을 보충하기 위해 고소한 아몬드와 캐슈너트을 잘게 다져 넣었다. 잘 붙으라고 계란도 추가했다. 모든 재료를 잘 섞어 내열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익혔다.
맛은 이변이 없었다. 고구마 바나나 맛이었다. 부드러운데 중간중간 견과류가 씹혀 먹는 재미가 있었다. 바나나만 넣었다면 그냥 달았을 텐데 고구마의 묵직한 맛이 잘 중심을 받쳐줘서 맛이 좋았다. 건강빵을 만들 때마다 맛만 보고 내려놓았던 엄마도 이번빵은 맛있다고 칭찬하셨다. 여전히 색은 까무틱틱하고 볼품없지만 순한 그 맛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