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심한 두부 패티 햄버거
며칠 전 집 근처 비건 빵집에서 치아바타 번을 사 왔다. 그곳에는 바게트, 치아바타, 식빵 같은 식사빵 위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번이 있었다. 번을 보자마자 햄버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2개를 골랐는데 사장님이 1개를 더 챙겨주셨다. 햄버거를 잔뜩 만들 생각에 신이 났다.
햄버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티다. 채소가 부실해도 패티가 맛있으면 맛있는 햄버거가 된다. 오죽하면 패티만 넣은 버거가 있지 않은가. 고기는 잘 조리하면 깊은 풍미가 나와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고기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체 재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두부다. 두부는 다른 재료와 잘 어울리고 조리하기도 좋아 잘 사용하는 재료다. 두부를 꺼내 면포에 싸서 물기부터 제거했다.
두부에 맛을 더하기 위해 양파, 당근, 버섯을 잘게 다져서 오일에 볶은 다음 두부와 함께 섞고 잘 뭉쳐지라고 계란과 전분가루도 조금 넣었다. 조금이라도 더 맛이 좋아질까 싶어 파프리카 가루도 툭툭 넣었다. 마지막으로 소금도 넣고 간을 한 다음 잘 치대서 패티 모양을 만들었다. 오일을 충분히 두른 팬에 두부 패티를 하나씩 올려 앞, 뒤로 노릇하게 구웠다. 두부는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이 더 올라오기 때문에 중불에서 뭉근하게 충분히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두부패티가 완성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햄버거를 만든다. 번을 가로로 반을 잘라 마요네즈와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 먼저 바른 다음 양상추, 파프리카, 양파, 두부패티 순으로 올린다. 마지막으로 돈가스 소스와 후추를 뿌리고 빵을 덮어 살짝 눌러주면 완성이다.
기대반 설렘반으로 한 입을 먹었다. 두부 패티라 일반 햄버거의 맛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없었다. 맛이 심심해도 너무 심심했다. 건강하게 만드려고 소스도 적게 넣었더니 햄버거인 줄도 모를 정도였다. 소스와 소금을 더 뿌려 간을 맞추긴 했지만 햄버거 맛을 내기에는 어림없었다. 아무래도 두부 패티 맛 내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남은 패티는 반찬으로 먹고 다시 새로 만들어야겠다.
음식을 건강하고 맛있게 만드는 것은 늘 어렵고 힘든 과제다. 어떨 때는 가능하지 않는 것을 한다고 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열 번 중에 한두 번은 성공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 성공한 한 두 번의 행복한 기억 때문에 요리를 계속하게 된다. 다시 레시피를 살펴보고 꼭 성공해서 맛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햄버거를 먹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