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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ug 25. 2023

한 편의 코미디를 찍다

보수 위에서 휘청거리기


저번 시간의 미니볼에 이어 오늘은 밸런스볼로 운동을 했다. 밸런스볼은 볼을 만든 회사의 이름을 따 '보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수는 반원 형태의 말랑하고 커다란 볼인데 몸을 지지하거나 중심을 잡을 때 사용한다. 원장님은 하기 전부터 힘들 거라고 당부하셨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그러실까 싶어 무서웠다.


 



완전 초보에 균형감각도 없는 나는 캐딜락 바의 도움으로 겨우 보수 위에 섰다. 그리고 다리를 움직여봤다. 한쪽 다리는 균형을 잡고 다른 쪽 다리를 앞으로 구부린다. 다음, 다리를 반대로 뒤로 보내본다. 이때 몸이 다리를 따라가지 않도록 골반 위치를 확인하며 신경 써야 한다. 상체는 꼿꼿이 세우고 다리가 가는 방향대로, 대각선이 되도록 약간 기울여준다. 버티는 동작이 없어서인지, 바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걱정한 만큼 힘들지 않았다. 혹시 나의 운동 실력이 는 건 아닌가 싶어 잠시 행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동작은 초초초초보용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원래 동작은 이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최저 난이도 동작에 이렇게 기뻐할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원장님은 눈을 감고 잡고 있던 손을 떼보라고 하셨다. 앗!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손을 놓는 순간 휘청거리는 모습이 훤했다. 원장님께 안될 것 같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역시 얄짤 없으셨다. 손을 서서히 떼보았다. 떼자마자 다리는 중심을 잃고 좌우로 난리가 났다. 중심을 잡아 볼 거라고 두 팔은 날갯짓을 하듯 허우적 댔다. 애를 쓰고 힘을 주면 그 방향으로 몸이 기울어졌다가 보수의 반동으로 올라갔다가를 반복했다. 보수에서 아예 떨어지고 올라가기도 여러 번, 아주 생쇼를 했다. 하도 휘저어대서 누구라도 가까이 오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레슨은 어찌 끝이 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났다. 보수 위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떨던 내 모습이 생각 나서다. 그때 나는 정말 심각했는데 쉬운 동작에 어떻게 그리 심각했었는지 부끄러워졌다. 지켜보던 원장님은 얼마나 웃기셨을까. 본의 아니가 웃참 미션을 드린 셈이 됐다. 레슨 시간은 힘들고 해내야 하는 각종 미션들이 가득해서 분위기가 조금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 때문에 웃기도 한다. 이제 보수만 보면 웃길 것 같다. 사실 오늘 무슨 동작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고 보수에 떨던 모습만 떠오른다. 진지해야 하는데 자꾸 생각난다.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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