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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Sep 19. 2023

빵의 취향

오래 보아야 예쁜 빵들

빵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다. 밀가루만 있으면 추가 재료를 더해 여러가지 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고 그만큼 맛있는 빵도 많다. 좋아하는 빵을 말하라면 끝이 없지만 최근 좋아하려고 결심한 빵들이 생겼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재료를 넣고 오븐에 노릇하게 구우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빵이 된다. 빵을 먹을때마다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맛있는 걸 어떻게 알고 만들었을까 하고 감탄을 하게 된다. 많은 빵들 중에서 나는 몽블랑, 크로와상 같은 버터와 설탕이 가득 들어간 빵을 좋아했다. 속재료가 없어 심심해 보이지만 빵 자체가 달달해서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할 정도로 중독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식빵에 여러 재료를 올려먹는 샌드위치, 토스트도 최애 메뉴 중 하나였다. 식빵을 노릇하게 구워서 햄, 치즈, 양상추를 넣고 안쪽에 소스를 듬뿍 발라 먹는 조합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늘 맛있었다. 계란과 양배추를 같이 부쳐 케첩과 설탕을 뿌려주는 길거리 토스트는 앉은 자리에서 다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 빵도 맛있는데 아삭한 채소와 달달한 소스가 들어가니 어찌 안 맛있을 수가 있을까 싶다.


그러다가 식단을 바꾸게 되면서 먹는 빵도 바꾸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빵에는 버터,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어 아쉽지만 끊어야 했다. 소스가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도 피해야 했다. 대신 소금, 이스트, 밀가루만 들어간 빵을 찾아 먹게 되었다. 깜빠뉴, 치아바타, 바케트 등 주로 투박하게 생긴 빵들이 그것이다.


이런 빵들은 턱관절이 아플 정도로 질겨 먹기 불편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점이 바로 매력이다. 질겨서 오래 씹게 되는데 그럴수록 더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나는 이런 빵들을 '못생긴 빵'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말 못생겨서 그렇다기보단 애정을 주려고 만든 별칭이다. 샌드위치도 이 빵들을 이용해 건강하게 먹고 있다. 계란, 토마토, 양파, 양상추, 당근을 넣고 소금, 발사믹식초만 넣고 먹으면 깔끔하고 든든하다. 이렇게라도 빵을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말에 빗대보면, 못생긴 빵들은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다. 이제부터 달달한 빵 대신 못생긴 빵들에 애정을 주고 잘 먹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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