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용하는 비누 이야기
몇 년 전에 천연비누를 알게 되었다. 천연비누는 합성첨가제를 넣지 않고 천연재료로 만들어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좋다고 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그때는 제로웨이스트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없을 때였지만 비누 하나만큼은 꼭 사용하려고 했다. 비누로 세안하면 자극이 덜되고 피부가 부드러웠다. 지금은 세안비누, 세탁비누, 설거지 비누를 사용하고 있다.
비누라고 해서 기존 세안제보다 저렴하지 않다. 거의 80%가 오일이기 때문에 제조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특별히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물러졌을 때 사용하면 빠르게 없어진다. 물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비누거치대에 자석으로 매달아 두기도 했는데 습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여러 번 자유낙하를 했다. 향도 좋지 않다. 천연 에션셜오일로 향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천연향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향이 없는 것을 사용한다. 그래서 비누에는 특유의 오일향이 난다. 빨래 비누향이라고 하는 떨떠름한 향이다. 이제는 이 향도 익숙해져서 잘 사용하고 있다.
처음 사용한 비누는 작은 조합에서 소규모로 만들어 판매하는 비누였다. 샘플비누도 많이 주셔서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그동안 좋은 세안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누를 사용하니 피부가 땅기지 않고 뽀송해서 신기했다. 천연비누를 만드는 수업도 들었다. 1kg를 만들면 비누 12개가 나오는데 여러 가지 비누를 만들었으니 한동안은 비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계속 직접 만들면 좋았겠지만 비누 재료는 오일이라 관리가 힘들고 숙성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만들지 않게 되었다. 대신 비누를 알고 구매할 수 있어서 좋다. 비누는 크게 CP와 MP로 나눠지는데 CP는 오일부터 만들어 숙성하는 천연비누이고 MP는 이미 만들어진 비누 베이스에 여러 재료를 넣고 만드는 DIY용 비누다. 나는 보통 CP비누를 사용한다. CP비누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아도 성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성분표에 글리세린과 각종 첨가물이 있다면 MP비누다. 각종 오일이 대부분이라면 CP비누다.
비누에도 한계가 있다. 세안제만큼이나 세정력이 충분하지만 기존 세안제의 강력한 세정력을 따라가진 못한다. 특히 샴푸가 그렇다. 요즘은 보완할 재료를 넣은 좋은 샴푸바가 나오긴 하지만 내 머리카락을 감당하진 못했다. 너무 뻣뻣해 계속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안이나 샤워를 할 때는 강한 세정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꾸준히 잘 사용하고 있다. 진한 화장은 리무버로 지우고 나머지 화장은 비누로도 잘 지워진다. 다만, 눈에 들어가면 너무 따갑다. 그만큼 다른 첨가제가 안 들어간 거라 생각하고 조심해서 사용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의 유행으로 비누의 인기가 좋아져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비누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고 다양한 비누들이 나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세안은 매일 하니 비누는 정말 나에게 빠질 수 없는 애착 물건이 되었다. 언젠가 비누를 다시 만들어야지 하고 비누 도구들도 잘 모셔두었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어떤 날엔 비누를 살짝 묻혀 씻고, 어떤 날은 두세 번 박박 문질러 씻기도 한다. 비누를 쓰는 행동에 따라 비누 모양이 변하니나의 일상이 담겨있는 듯하다. 한쪽으로 몰려 각이 져있기도 하고 반으로 쪼개져 조약돌처럼 동그랗게 남아있을 때도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예쁘다. 누군가 비누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도 덩달아 기쁠 것 같다. 마치 맛있는 맛집을 서로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누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