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팬을 쓴다는 건

내 손때가 묻은 물건을 갖는 것

by 샤이니율


작년에 스테인리스 팬을 샀다. 일반 코팅 팬은 사용하기 편하지만 뜨거운 열에 코팅이 녹으면 좋지 않다고 해서 스테인리스 팬을 구매했다. 스테인리스 팬은 우선 예뻤다. 그리고 꼭 내가 전문 셰프가 된 것 같아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팬을 써본 분이라면 알 것이다. 스테인리스 팬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주위에도 좋다고 해서 샀다가 관리하기 힘들어 쓰지 못한다는 분들이 많다. 스테인리스 팬은 코팅이 되어있지 않아 재료가 잘 달라붙는다. 달라붙으면 떼기도 쉽지 않다 보니 재료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만다. 그래서 나도 금세 포기하고 코팅팬을 다시 썼다. 하지만 코팅 팬을 쓰면서도 얼마 쓰지 못한 스테인리스 팬 때문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다시 스테인리스 팬을 꺼냈다. 재료가 붙지 않도록 예열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그대로 해보았지만 스테인리스팬은 만만하지 않았다. 굽자마자 들러붙어서 떼내느라 조리를 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졌다. '역시 안 되겠구나'라며 씩씩거리다가 다음날 다시 해보고, 또 단념하기를 여러 번,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재료가 전혀 안 달라붙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할지 모르니 일단 해보게 된다. 계란프라이는 감을 거의 잡았고, 두부 부침은 점점 성공을 향해 가는 중이다.


스테인리스 팬의 사용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예열만 잘하면 반은 성공인데 예열이 오래 걸린다.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오일을 넣고 코팅을 할 수 있는데 멍하게 팬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다리지 못하고 재료를 올렸다가 실패한 일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뜨겁다 할 정도로 예열이 되었다면 (1분~1분 30초) 불을 끄고 오일을 넣어 전체적으로 펴주고 30초 정도 기다린다. 그런 다음 다시 불을 켜고 조리하면 된다. 조리를 시작해도 재료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안 된다던가, 충분히 익으면 뒤집어야 한다는 등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많다.


오일이 우글거리면 코팅이 된 거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처참히 실패한 두부부침


여러 번 사용했지만 아직 스테인리스 팬을 잘 모르겠다. 어떨 때는 생각지 못하게 성공했다가 어떨 때는 애썼는데도 달라붙어 엉망이 될 때가 있다. 그래도 스테인리스 팬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귀찮긴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세척하니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고 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건강에 좋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손때도 많이 묻어 정이 들었다. 나에게, 환경에게도 좋은 일이라면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그 방법을 선택하려고 한다. 스테인리스 팬을 계기로 오래 내 곁에서 건강하게 함께 할 진짜 내 물건들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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