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심리학자는 우리의 과거를 더듬어 첫 번째 기억을 찾아내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느끼는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혼자 담벼락에 붙어 울던 기억, 장터에서 엄마를 잃고 헤매던 기억, 아버지 주머니에서 몰래 돈을 훔치던 기억 등 마음 깊숙이 남아 있는 유년의 기억이 간혹 현재의 의식에 표면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 번』에 나오는 글귀예요. 유년 시절의 첫 기억이 성인이 된 이후의 행동이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이것은 초감정하고도 연결돼요. 초감정은 meta emotion으로 감정에 대한 감정인데 나의 감정을 한 발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도 책을 읽고 첫 번째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어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때였어요. 집 앞 골목 어귀에 엄마와 우리 네 형제 그리고 작은엄마와 사촌 여동생 둘이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지만 저는 니트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양말에 구두까지 신었어요. 색깔도 분홍 옷에 빨간 구두였어요. 그럼에도 화가 났어요. 이유는 작은 언니가 입은 남색의 시원한 감의 세일러 원피스가 제가 아끼는 제 옷이었다는 거예요. 작은 언니에겐 작아서 치마 길이도 짧았거든요. 원피스의 색, 옷감의 느낌까지 선명한 그 옷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 제대로 된 외출복이었을 거예요. 왜 그 기억이 첫 번째인지 저도 알 수 없었어요.
어느 날 어머니께 그때 “왜 작은 언니에게 그 원피스를 입혔어?” 하고 여쭤봤더니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오빠는 그나마 초등학교 교복이라도 있었는데 000이가 마땅히 입을 옷이 없었어. 그래서 네 옷을 입혔어.”라고 하셨어요. 저야 어려서 그런 내용은 알지도 못했죠.
그럼 왜 저의 첫 기억이었을까요? 종갓집의 막내로 존재감도 없고 항상 심부름만 도맡아 하던 저였기에 인정의 욕구가 부족했을 거예요. 그 옷의 저의 존재, 인정의 욕구를 채워준 것이었어요. 물려 입은 옷이 아닌 제 옷이었거든요.
『도둑맞은 감정들』에서 조우관은 “초감정은 내 의지가 아니라 과거에 내게 주어진 환경, 타인에 의해 조장된 경험 등으로 조성된다. (중략)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하여 쉽게 남을 비난할 수 없고, 특정 상황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감정을 비난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초감정을 인식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이자 목적이다.”
“나는 누가 ------할 때마다 -----을 느낀다.” 문장을 완성해보라고 해요.
다른 사람은 괜찮은 상황이 나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죠. 저는 욕심 많고 이기적인 사람을 보면 화가 나요. 특히 공동체 생활에서요. 이것 역시 양육에서 온 거예요. 저의 어머니는 별것 아닌 것에 욕심이 있어요. 빌라 복도에 새 그릇 몇 개 들어있는 박스를 내 것이 아님에도 가져가는 사람 없으니 가져와도 괜찮다며 가져오셨어요. ‘내 것이 아닌 건 남의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없는 분이시죠.
유년기의 첫 기억을 떠올려보고 그 기억이 왜 첫 기억인지 이유를 찾아보고, 문장을 완성해보세요. 갱년기를 사춘기에 빗대어 오춘기라고 하는 여러 이유 중에 사춘기 때처럼 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실존적 고민을 하게 되죠. 나도 모르고 살았던 억눌렸던 감정들, 살아온 세월이 많기에 그만큼 억눌린 것들도 많아요. 폭발해서 나오는 시기니 이 감정들이 왜 이제야 터져 나오는지 알려면 초감정을 알면 도움이 될 거예요. 다 큰 아이, 바쁜 남편으로 살림이나 육아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예요.
『사춘기 대 갱년기』의 작가 제성은이 “사춘기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시기, 갱년기는 자기 자신에게 엄마 노릇을 하는 시기” 라고 했듯이 나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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