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 네이버 블로그 광고 문구예요. 이 문구를 보자마자 ‘오호~ 맞지.’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른 말로 적자생존이라고도 하죠.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작가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아무리 작가라고 해도 이제 글을 써야지 하면 줄줄 써지는 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그걸 ‘글감’이라고도 하는데 전 단순히 ‘메모’라고 할게요. 평소 어떤 것이든 적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그것들을 모아 글을 쓸 수 있어요. 왜냐하면 개인의 경험을 쓰더라도 기억만으로 쓰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학교폭력에 관한 글을 쓸 때 몇 년이나 지나고 썼는데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이어리의 메모와 함께 서류들을 보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내용이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글을 본 어떤 분이 “어떻게 날짜를 다 기억했어요?”하고 물어보더군요. 서류봉투 하나에 그 해의 다이어리, 탁상달력, 법원 등기 서류, 공탁하며 잘못 썼던 종이까지 다 보관하고 있었어요. 특별히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데 다이어리나 탁상달력은 버려지지가 않더라고요. 법원등기 서류 같은 것도 버리려니 그 당시엔 남이 볼까 싶어서 가지고 있었어요.
작가 중엔 수첩이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누군가 한 이야기도 쓰고 어떤 장면에서 떠오르는 생각도 쓰더군요. 아무리 좋은 경험도 지나고 나면 퇴색되고 잊어버리잖아요. 전 그래서 자다가 깨서 뭔가 생각나면 잊어버리기 전에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요. 어떤 건 강의 기획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글이 되기도 해요. 지금도 자가 깨서 글을 쓰고 있어요. 자다 깨서 심박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그냥 자면 아침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뭔가 좋은 생각이었는데 싶기만 하죠.
그리고 짧게라도 써두면 나의 무의식이 작동해서 거기에 더해져 글이 떠올라요. TV를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생각이 나요. 물론 가장 좋은 건 관련 책이나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지만 그것 역시 기록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가 없어요. 손으로 쓰는 걸 좋아하면 노트에, 바로 쓰겠다 싶으면 노트북에 쓰는 거죠. 이것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어떤 분은 책의 좋은 내용을 에버노트 같은 프로그램에 적어놓고 검색을 해서 사용하기도 해요. 전 노트에도 적기도 했고, 몇십 권의 북리뷰을 써놓은 한글파일이 있는대도 잘 활용이 안 되더라고요. 멋지게 인용하면 글도 있어 보이고 좋은데 오히려 그게 더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서 그냥 제 표현으로 써요. 그러다 보니 저작권에 걸릴 일은 없죠. 인용도 어느 정도의 분량 이상을 하면 안 되기도 하고 출처를 꼭 밝혀야 하니까요.
물론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좋은 글귀는 나도 모르게 기억에 남아 내 표현인 줄 알고 쓸 수도 있겠죠. 그래서 간혹 작가 중엔 표절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도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적어둬야겠죠. 노트북이 아니라 온라인에 쓰는 것도 방법이예요. 브런치라면 좋겠지만 브런치는 작가로 선정되어야 가능하니 블로그나 카페도 좋고 페이스북도 좋아요. 브런치도 회원가입하고 작가로 선정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어요. 글을 발행하지 못할 뿐이에요. 글을 서랍에 넣어두었다가 어느 정도 쌓이면 작가 신청해도 좋아요.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브런치에 올려놓은 글 중 가장 잘 쓴 글을 링크 첨부해서 올리면 되니까요. 온라인의 글을 쓰는 것과 내 노트북에 쓰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는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무엇이든 어디든 적어놓으면 그것이 나중에 좋은 글감이 되고 자료가 돼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글을 쓰는 것보다 작은 꺼리라도 있으면 글을 쓰기 쉽거든요. 그리고 지금의 일들이 나중에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요. 그저 평범한 하루 일과도 좋고 단순한 약속이라도 좋아요. 더 좋은 건 그 기록에 감정들을 써놓는 거예요. 친구와 약속을 메모하고 만나고 와서 기분이 좋았는지, 안 좋은 일이 생겨 우울했는지 같은 거죠. 감정은 그때 쓰지 않으면 잊혀져 버리거든요. 거기에 더 적어놓는다면 그 감정 때문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같은 거죠. 그래서 일기 같은 기록도 좋아요.
제가 아들의 학교폭력 과정을 겪으며 너무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느라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다른 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루에 퍼즐을 몇 번씩 맞췄어요. 어느 독자는 저의 그런 행동이 그 당시의 감정이 어땠을지 알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슬펐다, 기뻤다는 표현으론 감정이 읽히지 않거든요. 사실의 나열만 해서는 공감이 생길 수 없기도 하고요.
책을 낸 많은 사람들이 결국 무언가를 적어놓은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적자생존이죠. 자~ 지금 당장 수첩을 꺼내 오늘 난 무엇을 했나 적으세요. 모든 것들이 글의 자료가 될테니까요.